본문 바로가기
2008.01.02 16:56

뫼와 갓

조회 수 725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뫼와 갓

들온말을 즐겨 쓰는 이들은 토박이말에는 이름씨 낱말이 모자라고, 한자말은 짤막하고 또렷한데 토박이말은 늘어지고 너절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를 보이는 말 하나를 들어보자.

‘산’이 그런 보기다. 얼마나 많이 쓰는 말이며 얼마나 짤막하고 또렷한가! 이것을 끌어 쓰기까지는 토박이 이름씨가 없었고, 이것이 들어와 우리 이름씨 낱말이 늘었을까? 사실은 거꾸로다. ‘산’ 하나가 토박이말 셋을 잡아먹었고, 그렇게 먹힌 토박이말은 모두 ‘산’처럼 짤막하고 또렷하였다. ‘뫼’와 ‘갓’과 ‘재’가 모두 ‘산’한테 자리를 내준 말들이다.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뫼’다. ‘갓’은 나무를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손을 못 대도록 오가면서 늘 지킨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갓지기’를 세워 지키도록 한다. 도회 사람들은 ‘갓’을 자주 보지 못하니까 머리에 쓰는 ‘갓’과 헷갈려서 ‘묏갓’이라 하다가 ‘멧갓’으로 사전에 올랐다.

‘재’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뫼’다.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는다. 난리라도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잿마루’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살 길을 찾는다. ‘뫼’는 ‘갓’과 ‘재’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31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79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713
3370 '전(全), 총(總)'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27 15032
3369 '지'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05 9160
3368 '첫'과 '처음' 바람의종 2008.09.18 8728
3367 (공장)부지 바람의종 2007.10.13 7689
3366 (뒷)바라지 風磬 2006.11.16 7050
3365 (밤)참 風磬 2006.11.30 6280
3364 -가량(假量) 바람의종 2010.06.20 10423
3363 -분, 카울 風文 2020.05.14 1596
3362 -스럽다 바람의종 2010.08.14 9051
3361 -시- ① / -시- ② 風文 2020.06.21 1723
3360 -씩 바람의종 2010.01.23 9308
3359 -지기 바람의종 2012.05.30 11369
3358 -화하다, -화되다 바람의종 2009.08.07 9517
3357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364
3356 12바늘을 꿰맸다 바람의종 2010.12.19 12861
3355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366
3354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1100
3353 24시 / 지지지난 風文 2020.05.16 1179
3352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256
3351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490
3350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550
3349 CCTV 윤안젤로 2013.05.13 280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