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9 16:52

‘~스런’

조회 수 18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런’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다 ‘의심스런’이라는 방송 자막을 접했다. 용언 어간 ‘의심스럽-’에 어미 ‘-은’이 결합할 때에는 ‘의심스럽-’의 말음 ‘ㅂ’이 ‘우’로 바뀌기 때문에 ‘의심스러운’으로 써야 한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대신 ‘의심스런’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우리말에서 ‘ㅂ’으로 끝나는 용언은 ‘잡-’(잡다·잡은·잡으니)처럼 어떤 부류의 어미와 결합하든 늘 어간의 말음 ‘ㅂ’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있고, ‘덥다’(덥다·더워·더우니)처럼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는 어간의 말음 ‘ㅂ’을 그대로 유지하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는 ‘ㅂ’이 다른 소리로 바뀌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ㅂ 규칙 용언’이라 하고 후자를 ‘ㅂ 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의심스럽-’은 ‘ㅂ 불규칙 용언’에 속한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일상 구어(입말)에서는 ‘의심스럽-’처럼 ‘-스럽-’이 결합되어 파생된 형용사에 어미 ‘-은’을 결합할 때 ‘~스러운’ 대신 ‘~스런’을 써 왔다. ‘의심스런’, ‘자랑스런’, ‘장난스런’ 등이 모두 그렇다. 간결성을 추구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듯하다. 그렇지만 ‘가렵-’, ‘정답-’ 등의 다른 ‘ㅂ 불규칙 용언’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가려운’, ‘정다운’ 대신 ‘가련’, ‘정단’ 등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스러운’ 대신 ‘~스런’으로 쓰는 것은 잘못되거나 아주 예외적인 것이다.

과거의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도 ‘자랑스런’이 버젓이 쓰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처럼 ‘자랑스런’을 ‘자랑스러운’으로 수정하였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99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60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302
3414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088
3413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1089
3412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1095
3411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1112
3410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1132
3409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1151
3408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1162
3407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163
3406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181
3405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207
3404 뒷담화 風文 2020.05.03 1212
3403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224
3402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265
3401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265
3400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273
3399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1289
3398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292
3397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298
3396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313
3395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314
3394 내색 風文 2023.11.24 1335
3393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3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