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4 01:38

본정통(本町通)

조회 수 14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본정통(本町通)

광복하고 70년이지만 일제의 잔재가 지명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방송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서울의 현재 지명인 ‘낙원동’과 ‘계동’이 그것으로, 본래 ‘탑동’과 ‘계생동’으로 불리던 것이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980년대 중반 내가 3년간 살았던 청주의 ‘본정통’도 그런 지명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통(本町通ㆍ혼마치도리)’은 일본 사람들이 일반적인 도로 명칭으로 널리 쓰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本町)’은 ‘한 도시의 중심이 되는 거리’를, ‘통(通)’은 ‘길’을 뜻한다. 즉 ‘본정통’은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켜 ‘본정통’이라 한다. 오사카, 교토 등의 도시에서 ‘본정통’이라는 지명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서울, 부산, 청주, 군산 등의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가리켜 ‘본정통’이라 했다. 청주의 ‘본정통’은 본래 ‘성안길’이었는데, 일제에 의해 ‘본정통’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지역 언론과 시민 단체의 노력으로 본래의 지명인 ‘성안길’로 복원되었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성안길’보다는 ‘본정통’이 더 자연스럽다. 어릴 적부터 줄곧 ‘본정통’으로 불러 왔고, 그곳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추억이 그 이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지명 하나 바꾸어 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제 잔재가 우리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로 인해 우리의 언어생활이 또다시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56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07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044
3238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520
3237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522
3236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524
3235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526
3234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527
3233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528
3232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30
3231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531
3230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531
3229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531
3228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534
3227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535
3226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536
3225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536
3224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540
3223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541
3222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542
3221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543
3220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543
3219 순직 風文 2022.02.01 1543
3218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545
3217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54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