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12 06:29

대통령과 책방

조회 수 14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통령과 책방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뭐라도 해야지, 싶었던 걸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었다. 대통령의 책방! 각운도 맞고 그림도 좋다. 소소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 그의 꿈은 책방지기로 실현되려나 보다. 책은 말글살이의 핵심이니, 일단 축하!

한편으론 궁금하다. 폐허가 된 나라를 새로 만들겠다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외침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언제 찾으려는가.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자본 논리가 아닌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랐었었었다’. 책방 문제만 볼까? 책방이 지역문화의 거점이 되기를 바랐다면, 재임 시절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똑같았다. 온라인서점에 ‘10% 할인 + 5% 포인트 적립 + 무료 배송’ 허용. 이것도 할인폭을 더 늘리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악 시도를 막아선 책활동가들의 싸움 덕분에 겨우 사수되었다.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 비해 도서 매입률(공급단가)도 더 높다. 이러니 동네책방은 버티고 버티다 빚에 눌려 문을 닫는다. 평생 책방지기였던 은종복씨가 ‘풀무질’을 넘기고 제주로 떠난 것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이끌며 ‘책방이음’을 사람들의 아지트로 만들던 조진석씨가 폐업을 하게 된 것도, 자본 편만 드는 제도 때문이었다. 그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프랑스는 한국과 정반대다. 온라인서점의 할인 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반아마존법’을 시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만 5% 할인과 무료 배송을 허용한다. 이래야 거대자본의 독식을 막고 출판문화계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금은 행동할 때가 아니라, 생각할 때다. 통렬한 반성 한 권을 권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6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26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155
3348 올곧다 바람의종 2007.03.03 14195
3347 우레 바람의종 2007.03.03 9016
3346 우려먹다(울궈먹다) 바람의종 2007.03.03 14132
3345 웅숭깊다 바람의종 2007.03.03 17238
3344 을씨년스럽다 바람의종 2007.03.15 10035
3343 이녁 바람의종 2007.03.15 14121
3342 자그마치 바람의종 2007.03.16 11621
3341 자라목 바람의종 2007.03.16 7709
3340 잡동사니 바람의종 2007.03.22 9504
3339 장가들다 바람의종 2007.03.22 10393
3338 제비초리 바람의종 2007.03.23 14202
3337 적이 바람의종 2007.03.23 7439
3336 젬병 바람의종 2007.03.24 10736
3335 조바심하다 바람의종 2007.03.24 6775
3334 조카 바람의종 2007.03.26 11197
3333 줄잡아 바람의종 2007.03.26 11234
3332 지루하다 바람의종 2007.03.27 9639
3331 지름길 바람의종 2007.03.27 6644
3330 진저리 바람의종 2007.03.28 8135
3329 쫀쫀하다 바람의종 2007.03.28 10256
3328 천둥벌거숭이 바람의종 2007.03.29 8815
3327 칠칠하다 바람의종 2007.03.29 82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