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2.06 07:01

국가의 목소리

조회 수 14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국가의 목소리

지난 4일, 서울 시청 주변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전시장 같았다. 여러 모니터에 시시각각 다른 영상이 나오듯이, 집회와 맞불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목소리는 뒤엉키고 시선은 흩어졌다. 그 사이를 헤집고 파고드는 말이 있었다.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경찰의 선무방송. 유일하게 들은 국가기관의 말이니 그 일부를 기록해 둔다.

“… 여러분은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해산하고 있지 않습니다. … 여러분, 여러분은 신고한 집회의 장소와 방법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 계속하여 불법 집회 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이러한 질서 문란한 상태에 대해서 주최 측에서 질서 유지와 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6조 4항에 따른 준수 사항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위험이 초래되고 있으나, 여러분께서 더 이상 질서 유지를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0조 1항 제5호 및 동법 시행령 17조에 따라 남대문 경찰서장의 위임을 받은 경비과장이 4차 해산명령을 발합니다. 모든 참가자는 즉시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4조 5호에 의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경찰력을 투입하여 직접 해산 조치할 수 있습니다. 즉시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망연히 앉아 있었다. ‘전혀 복수하지 않는 것보다는 약간이라도 복수하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다.’(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86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36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387
3326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151
3325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152
3324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152
3323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153
3322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154
3321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155
3320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155
3319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157
3318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59
3317 '-시키다’ 風文 2023.12.22 1159
331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1160
331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160
3314 내일러 風文 2024.01.03 1161
3313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162
3312 상석 風文 2023.12.05 1169
3311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170
3310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172
3309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173
3308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173
3307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1174
3306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174
3305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17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