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11 07:55

띄어쓰기 특례

조회 수 16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띄어쓰기 특례

‘특례’라는 말이 있다. 그저 ‘특이한 사례’라는 뜻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부당한 이익’에 대한 의심도 있다. 그래서 대학 입학의 특례라든지 병역의 특례라고 한다면 누군가가 부당한 이익을 본다고 판단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달리, 맞춤법의 특례를 찾아보자. 맞춤법에서의 특례는 다행히 그리 부럽지도 화가 나지도 않는다. 더구나 띄어쓰기는 좀 틀려도 그리 창피하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해 주다’라든지 ‘던져 버리다’의 뒷부분을 이루는 보조용언은 아예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고 융통성 있게 규정했다.

맞춤법의 총칙에 의하면 대명사인 ‘우리’와 보통명사인 ‘말/글’이나 ‘나라’의 사이를 띄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하나의 특례처럼 ‘우리말’과 ‘우리나라’를 ‘한국어’와 ‘한국’이라는 뜻으로 붙여서 고유명사처럼 쓴다. 워낙 빈도가 높기도 하지만 또 한편 우리의 것에 대한 특별한 표기를 강조했음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이미 한국어 자체가 꼭 한국인만의 언어라고 말하기도 거북스러울 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배운다. 만일 한국어에 익숙한 일본인이나 미국인이 ‘우리나라’, ‘우리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한국이나 한국어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우리 말’은 일본어나 영어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어를 위한 맞춤법인데 한국에 대한 부분에 특례를 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국경을 넘어 널리 알려진 언어는 원어민만의 배타적인 성격보다는 열린 규칙으로 만인을 편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 한국어는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은 언어이다. 이제는 특수성을 넘어선 보편성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70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18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090
3150 눌은밥, 누른밥, 누룽지 / 눌어붙다, 눌러붙다 바람의종 2009.05.28 14076
3149 짬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30 14071
3148 늘상, 노상, 천상, 천생 바람의종 2009.11.03 14061
3147 북한의 국화는 목란꽃 바람의종 2010.01.18 14056
3146 제비초리 바람의종 2007.03.23 14056
3145 진안주 바람의종 2010.10.30 14051
3144 우려먹다(울궈먹다) 바람의종 2007.03.03 14022
3143 자문을 구하다? 바람의종 2010.05.05 14016
3142 도매급으로 넘기다 바람의종 2010.04.24 14008
3141 이녁 바람의종 2007.03.15 14002
3140 여보 바람의종 2010.07.05 14000
3139 금세, 금새 / 여태, 입때 / 늘상, 항상 바람의종 2008.12.15 13967
3138 응큼, 엉큼, 앙큼 바람의종 2010.01.14 13961
3137 학부모 / 학부형 바람의종 2010.09.29 13944
3136 쌍거풀, 쌍가풀, 쌍꺼풀, 쌍까풀 바람의종 2012.07.27 13932
3135 참고와 참조 바람의종 2010.08.03 13918
3134 쪼달리다, 쪼들리다 / 바둥바둥, 바동바동 바람의종 2012.09.27 13888
3133 입추의 여지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28 13876
3132 안정화시키다 바람의종 2012.04.23 13870
3131 늑장, 늦장/터뜨리다, 터트리다/가뭄, 가물 바람의종 2008.12.27 13861
3130 폭발, 폭팔, 폭파시키다 바람의종 2010.02.25 13857
3129 앙갚음, 안갚음 바람의종 2011.11.27 138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