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2.01 18:54

더(the) 한국말

조회 수 9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더(the) 한국말

누구든지 한국말은 한국말다워야 한다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자. 한국말이 외국어다우면 어떨까? 우리 언어를 더 멋있게 만드는 일일까 아니면 망가뜨리는 일일까? 현실에서는 한국말을 마치 외국어인 듯이, 혹은 외국어가 우연히 한국어처럼 들리는 듯한 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처음 나온 와인의 이름은 ‘마주 앉았다’는 의미를 풍기는, 그러나 듣기에 따라 외국어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국세청에서 외국어로 지은 술 이름을 허용하지 않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외래어 상표명이 인기를 누리는 상품은 주로 화장품, 음식, 패션, 건강용품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들이’라는 말을 풀어적은 형태, ‘보드랍게’를 변형시킨 이름, ‘참 좋은’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이 주로 미용과 관련하여 사용된다. 또 ‘아리따움’을 알파벳으로 표기하여 마치 라틴어인 듯이, 또 달리 보면 한국어인 듯이 지은 점포명도 있으며, 더 나아가 아파트 이름마저 한국어의 ‘푸르지요’인 듯이, 아니면 마치 이탈리아에서 온 말인 듯이 사용되기도 한다.

외국어식 위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영어의 정관사인 더(the)와 한국어의 비교급을 나타내는 부사인 ‘더’가 중첩된 듯한 표현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어의 부사 같고 또 달리 보면 영어의 정관사 같다. 영어의 ‘더(the)’는 명사의 앞에 붙고, 한국어의 ‘더’는 형용사 혹은 형용사적인 명사 앞에 붙게 되어 있다. 별개의 문법 구조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오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이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나중에 영어를 배울 때는 혹시 온갖 명사 앞에 무조건 정관사만 붙이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69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11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239
3124 쪼달리다, 쪼들리다 / 바둥바둥, 바동바동 바람의종 2012.09.27 13794
3123 추호도 없다 바람의종 2010.07.26 13778
3122 냄비 / 남비 바람의종 2010.10.14 13770
3121 소담하다, 소박하다 바람의종 2012.05.03 13759
3120 도꼬리 바람의종 2008.02.05 13728
3119 돋우다와 돋구다 바람의종 2010.03.22 13715
3118 유월, 육월, 오뉴월 바람의종 2012.04.23 13708
3117 놈팽이 바람의종 2010.06.08 13697
3116 토를 달다 바람의종 2008.02.01 13696
3115 승락, 승낙 바람의종 2008.12.28 13690
3114 충돌과 추돌 바람의종 2012.11.22 13663
3113 폭발, 폭팔, 폭파시키다 바람의종 2010.02.25 13657
3112 ~라고 / ~고 바람의종 2012.01.24 13652
3111 쌀뜬물, 쌀뜨물 바람의종 2010.07.21 13647
3110 히읗불규칙활용 바람의종 2010.10.21 13621
3109 ‘대틀’과 ‘손세’ 바람의종 2010.05.28 13609
3108 노가리 바람의종 2010.04.10 13596
3107 ‘가녁’과 ‘쏘다’ 바람의종 2010.05.12 13591
3106 인구에 회자되다 바람의종 2008.01.27 13585
3105 앳띠다 바람의종 2010.08.07 13583
3104 그런 식으로 / 그런식으로 바람의종 2012.09.25 13575
3103 송글송글, 송긋송긋 바람의종 2012.04.30 1356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