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31 09:05

개헌을 한다면

조회 수 8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헌을 한다면

우리의 헌법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문화에 대해서 겨우 한 조항(9조), 교육에 대해서도 겨우 한 조항(31조), 그러고는 나머지 대부분이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헌법 자체의 성격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북한의 헌법에는 문화와 교육 부문에 무려 20개 가까운 조항들이 들어가 있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개헌 이야기가 들리더니 또 조용해진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보나마나 또 권력 문제만 논의할 것이다. 이럴 때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의 생각도 한번 모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한 가지씩 꿈을 이야기해 보자. (새) 헌법에 언어에 대한 조항을 마련한다면 무엇을 넣는 게 좋을까?

아마도 욕설을 금지하자는 둥, 표준어를 더욱더 강화하자는 둥, 또는 외래어를 못 쓰게 하고 순수한 우리 어휘를 살리도록 하자는 둥 하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언어를 악용함으로 말미암아 사회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으로 망가지게 되는 그 밑뿌리에는 분명히 공직자들이 하는 거짓말이나 오리발 내밀기, 또 더 나아가 유체이탈식 표현과 허위 선거 공약들이 둥지 틀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인들의 언어를 믿고 지지를 해 주었으나 결국은 배신당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릇된 언어 사용을 문제 삼아 형벌을 준다는 것은 별로 생각해 본 일이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아닌 공직자들의 언어 왜곡은 아무리 보아도 다수를 향한 절도나 사기와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신뢰에 가장 치명적 상처를 내고 있다. 언어를 그릇되게 쓴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고 벌할 수 있는 무언가의 근거가 헌법에 명시된다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1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67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660
3124 낙지와 오징어 바람의종 2008.04.23 8813
3123 가히·논개② 바람의종 2008.04.23 9524
3122 나비나물 바람의종 2008.04.24 5747
3121 위례성과 아리수 바람의종 2008.04.24 8639
3120 설둥하다 바람의종 2008.04.25 6881
3119 오마대·기림대·오고타이 바람의종 2008.04.26 7544
3118 솔체꽃 바람의종 2008.04.26 7562
3117 공암진 바람의종 2008.04.27 7546
3116 모시는 글 바람의종 2008.04.27 17024
3115 예비 바람의종 2008.04.28 7454
3114 터물·더믈 바람의종 2008.04.28 7783
3113 각시취 바람의종 2008.04.29 6995
3112 패수와 열수 바람의종 2008.04.29 10172
3111 궂긴소식 바람의종 2008.04.30 8638
3110 갑작힘 바람의종 2008.04.30 7971
3109 망이·망쇠 바람의종 2008.05.01 9319
3108 다정큼나무 바람의종 2008.05.01 8663
3107 실레마을과 시루 바람의종 2008.05.03 7565
3106 떡값 바람의종 2008.05.03 6650
3105 갑작사랑 바람의종 2008.05.05 7208
3104 금덩이·은덩이 바람의종 2008.05.05 10405
3103 벌개미취 바람의종 2008.05.05 67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