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4.01 22:09

가시 돋힌 설전

조회 수 13364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시 돋힌 설전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한다. 이때의 뜻은 개념적인 뜻뿐만 아니라 기능적 또는 관계적인 뜻까지 포함한다.

“가시 돋힌 설전, 상처 치유될까?” 뉴스 전문 채널의 자막에 뜬 문장이다. ‘돋힌’을 보자. ‘돋히다’의 관형형이다. ‘돋히다’를 형태소 단위로 쪼개면 ‘돋(어간)+히(접미사)+다(어미)’로 분석된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돋치다’는 있는데, ‘돋히다’는 없다. ‘돋치다’의 ‘-치’도 접미사로서 하나의 형태소다. 접미사 ‘-히’와 ‘-치’를 살펴보자. ‘-히’는 사동 또는 피동을 나타낸다. 사동과 피동에 함께 쓰이는 접미사로는 ‘-이, -히, -리, -기’가 있고, 사동에만 쓰이는 접미사로는 ‘-우, -구, -추’가 있다. ‘가시 돋힌’에서 ‘-히’는 ‘먹히다, 밟히다’처럼 피동의 뜻으로 쓴 듯하다. ‘-치’는 ‘밀치다, 부딪치다’처럼 강세를 나타낸다.

사전이 ‘돋치다’는 싣고 ‘돋히다’는 싣지 않은 것은 ‘돋다’의 강세형만 인정하고 피동형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돋히다’는 ‘돋치다’의 틀린 표기로 본다. 그런데 ‘돋히다’로 쓴 사람이 피동의 뜻으로 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도 버르장머리 없는 누구의 말에 ‘가시가 돋히었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말은 혼자 우겨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언어의 사회성이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9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63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552
3172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214
317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1225
3170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475
3169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262
3168 세계어 배우기 風文 2022.05.11 1360
3167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654
3166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537
3165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351
3164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330
3163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437
3162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284
3161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431
3160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1310
3159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317
315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122
3157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392
3156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282
3155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438
315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154
3153 받아쓰기 없기 風文 2022.02.10 2387
3152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166
3151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3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