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02.07 21:20

‘그러지 좀 마라’

조회 수 7838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그러지 좀 마라’

우리말의 용언(풀이씨)에는 본용언과 보조용언이 있다. 동사는 본동사와 조동사로, 형용사는 본형용사와 보조형용사로 나뉜다. 본용언과 보조용언은 문장에서 어떤 경우에도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본용언이 먼저 오고 보조용언이 뒤따른다. “가지 마라”는 문장에서 ‘가지’는 본동사이고 ‘마라’는 조동사이다. 이때 ‘가지’와 ‘마라’ 사이에는 어떤 단어도 형태소도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딱 하나의 예외가 있다. 본동사에 조사가 붙는 경우가 있다.

“세월아 가지를 마라”에서 본동사 ‘가지’ 뒤에 붙은 ‘를’이 조사이다. 이때 들어가는 조사는 보조사다. 격조사는 문장 속 낱말의 격(格)을 표시하고, 보조사는 뜻을 더한다. 보조사가 격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주된 기능은 뜻을 더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용언과 보조용언 사이의 보조사는 격을 표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지를 마라”에서 ‘를’은 목적격 조사가 아니고 ‘가지를’은 당연히 목적어가 아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이 규칙이 슬슬 깨어지고 있다. “제발 그러지 좀 말았으면 한다” 신문 칼럼에서 따온 구절이다. 본용언과 보조용언 사이에 ‘좀’이라는 부사가 들어가 있다. 규칙대로라면 “제발 좀 그러지 마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표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말로 흔히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글말에까지 침투한 것을 보면 하나의 문장 구조로 자리잡은 듯하다.

우재욱/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71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35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260
3282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482
3281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184
3280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085
3279 위드 코로나, 아이에이이에이 風文 2022.10.05 1883
3278 큰 소리, 간장하다 風文 2022.10.04 1738
3277 쳇바퀴 탈출법(1~3) 風文 2022.10.01 2056
3276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466
3275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484
3274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578
3273 역겨움에 대하여, 큰일 風文 2022.09.22 2001
3272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227
3271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1230
3270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090
3269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101
3268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082
3267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293
3266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661
3265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505
3264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364
3263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050
3262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風文 2022.09.09 1588
3261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3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