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19:46

‘돌미’와 ‘살미’

조회 수 789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돌미’와 ‘살미’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나 김포시 양촌면의 석산은 모두 ‘돌미’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돌미’에 들어 있는 ‘미’는 ‘산’을 뜻하는 ‘뫼’가 변한 말이다. 이처럼 산을 나타내는 말이 ‘미’로 변화한 땅이름은 매우 많다. 달이 뜨는 산을 뜻하는 ‘월출산’이나 ‘월악산’은 ‘달나미’, 또는 ‘달미’로 불린다.


그런데 ‘미’가 붙은 땅이름이라고 하여 모두 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충북 중원(충주)의 ‘살미’는 산과는 관련이 없다. 여기에 붙은 ‘미’는 ‘들판’을 뜻하는  ‘가 변화한 말이다.  ‘ 는 〈훈몽자회〉에도 나오는데, 한자 ‘야’(野)를 ‘ 야’로 풀이하였다. 또한 〈두시언해〉에도 ‘누른 흙  두듥엔 하늘 닭이 춤추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뫼’와   ‘는 소리가 비슷해서 모두 ‘미’로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말을 동음이의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동음이의어가 생겨날 경우, 뜻을 변별하기 위해 어느 한 낱말은 다른 말로 대체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계절’을 뜻하는 ‘녀름’이 머릿소리규칙에 따라 ‘여름’으로 변화하면, 본디 있던 ‘여름’은 ‘열매’로 바뀐다. 그런데 땅이름에 나타나는 동음이의어는 이처럼 자유로운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 충북 제천에서는 ‘살미’를 ‘미산’이라 부르는데, 이 땅이름은 ‘쌀이 산처럼 쌓였다’는 전설보다는 ‘미’의 동음이의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8307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19977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4Feb
    by 바람의종
    2008/02/04 by 바람의종
    Views 8098 

    마개와 뚜껑

  5. No Image 03Feb
    by 바람의종
    2008/02/03 by 바람의종
    Views 7249 

    가닥덕대

  6. No Image 03Feb
    by 바람의종
    2008/02/03 by 바람의종
    Views 6819 

    라틴말의 후예

  7. No Image 03Feb
    by 바람의종
    2008/02/03 by 바람의종
    Views 7887 

    물과 땅이름

  8.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7988 

    뚱딴지

  9.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9639 

    괴다와 사랑하다

  10.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8787 

    아프리카의 언어들

  11.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895 

    ‘돌미’와 ‘살미’

  12.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355 

    올림과 드림

  13.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8629 

    무릎노리

  14.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7298 

    아랍말과 히브리말

  15.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8654 

    별내와 비달홀

  16.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9731 

    으악새

  17.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6830 

    까닭과 때문

  18. No Image 31Jan
    by 바람의종
    2008/01/31 by 바람의종
    Views 7379 

    아시저녁·아시잠

  19.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9136 

    중앙아시아 언어들

  20.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10134 

    한뫼-노고산

  21.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9070 

    개불알꽃

  22.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7211 

    날래다와 빠르다

  23.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8364 

    비갈망

  24.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21624 

    색깔이름

  25.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08/01/28 by 바람의종
    Views 8540 

    마니산과 머리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