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14 01:36

쉬다와 놀다

조회 수 9839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쉬다와 놀다

‘쉬다’는 사람의 목숨에서 ‘움직이다’와 짝을 이룬다. ‘쉬다’와 ’움직이다’가 번갈아 되풀이하며 사람 목숨을 이룬다. 엄마 뱃속에서는 ‘쉬다’와 ‘움직이다’의 되풀이가 아주 잦다가 태어나면 차차 늘어져서 예닐곱 살부터는 거의 하루에 한 차례씩 되풀이한다. 밤이면 쉬다가 낮이면 움직이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쉬다’와 ‘움직이다’는 삶에서 맡은 몫도 짝을 이룬다. 쉬는 것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고, 움직이는 것이 없으면 쉴 수가 없다. 잘 움직이려면 먼저 잘 쉬어야 하고, 잘 쉬려면 먼저 잘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사람 목숨을 제대로 반듯하게 살리는 길이다.

목숨의 반쪽인 ‘움직이다’는 ‘놀다’와 ‘일하다’로 나뉜다. ‘놀다’는 목숨이 즐거움을 맛보려는 움직임이고, ‘일하다’는 목숨이 살아남으려는 움직임이다. ‘놀다’와 ‘일하다’는 ‘쉬다’와 ‘움직이다’처럼 처음부터 짝을 이루지 않았다. 엄마 뱃속에서는 움직임이 모두 ‘놀다’였다. 자연과 문화 환경 따라 다르지만 어디서나 예닐곱 살을 넘어서면서 ‘움직이다’는 ‘놀다’와 ‘일하다’로 갈라져 나간다. 그러면 ‘쉬다’는 ‘놀다’와도 짝이 되고 ‘일하다’와도 짝이 되어 놀다가도 쉬고 일하다가도 쉬게 된다. ‘놀다’와 ‘일하다’는 물론 움직임에서 맡은 몫도 짝을 이룬다. 일을 잘 하려면 먼저 잘 놀아야 하고, 놀기를 잘 하려면 먼저 일을 잘 해야 한다. ‘놀다’와 ‘일하다’가 가지런히 짝을 이루지 못하고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삶은 뒤틀어진다.

김수업/우리말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95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52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514
22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711
21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706
20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697
19 언어적 주도력 風文 2021.09.13 696
18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679
17 아무 - 누구 風文 2020.05.05 667
16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666
15 어버이들 風文 2021.10.10 650
14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630
13 악담의 악순환 風文 2021.09.13 617
12 법률과 애국 風文 2021.09.10 608
11 상투적인 반성 風文 2021.10.10 603
10 군인의 말투 風文 2021.09.14 599
9 정치인들의 말 風文 2021.10.08 597
8 무제한 발언권 風文 2021.09.14 582
7 공공 재산, 전화 風文 2021.10.08 565
6 말의 권모술수 風文 2021.10.13 562
5 잡담의 가치 風文 2021.09.03 545
4 ‘수놈’과 ‘숫놈’ 風文 2024.05.08 134
3 서거, 별세, 타계 風文 2024.05.08 123
2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風文 2024.05.10 103
1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風文 2024.05.10 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