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20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50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64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6353
3194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692
3193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694
3192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698
3191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704
3190 ○○노조 風文 2022.12.26 1710
3189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710
3188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714
3187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721
3186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723
3185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725
3184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732
3183 국어 영역 / 애정 행각 風文 2020.06.15 1733
3182 '-시키다’ 風文 2023.12.22 1735
3181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736
3180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740
3179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742
3178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742
3177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742
3176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744
3175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1745
3174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746
3173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74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