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2.01 09:39

말의 세대 차

조회 수 12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의 세대 차

말의 세대 차를 걱정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못 알아듣겠다.’ ‘이러다가 소통이 안 될까봐 걱정이다.’ ‘세대 차를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걱정도 팔자다. 노력하지 말라. 가끔은 뭘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세대 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허황되고 부질없다. 세대 차가 없는 말의 세계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노화 저지’(안티에이징)가 시대적 과제라지만,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겠나.

기성세대는 버릇처럼 젊은이들의 말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기만 한 건 아니다. 새로운 말은 세대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만들어진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뿐이다. 공식어나 격식체를 쓰는 공간에서도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빈번하게 쓴다. 그런데 정치에 무심한 사람에게는 ‘외통위, 법사위, 과기정통부, 윤핵관’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사업에 무심하면 ‘예타 면제’란 말을 모른다. 입시에 무심하면 ‘학종, 사배자, 지균’이 뭔지 모른다. 시골 농부는 ‘법카’를 모른다(알아 뭐 할꼬). 어떤 사람들에겐 못 알아듣는 말인데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이 공간을 차지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말이면 ‘모두가 쓰는 말’로 가정한다. 그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의 말만 불온시한다. 편파적이다.

우리는 모든 장소와 시간에 존재할 수 없다. 말은 장소성을 갖는다.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 장소성을 갖지 않는, 장소성이 표시되지 않는, 중립적인 척하는 언어가 더 의심스럽다. 차이를 줄이기보다 차이를 밀어붙이자.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34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85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820
3326 통틀어 바람의종 2007.03.30 7392
3325 퉁맞다 바람의종 2007.03.30 8169
3324 푼돈 바람의종 2007.03.31 8787
3323 바람의종 2007.03.31 8443
3322 하루살이 바람의종 2007.04.01 9653
3321 하염없다 바람의종 2007.04.01 10989
3320 한눈팔다 바람의종 2007.04.02 12191
3319 한 손 바람의종 2007.04.02 10906
3318 한참동안 바람의종 2007.04.23 9130
3317 한통속 바람의종 2007.04.23 6520
3316 할망구 바람의종 2007.04.24 11254
3315 핫바지 바람의종 2007.04.24 8266
3314 행길 바람의종 2007.04.25 11348
3313 허풍선이 바람의종 2007.04.25 7944
3312 불구하고?/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5 10498
3311 ‘경우’ 덜쓰기/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5 7000
3310 관해/대하여/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5 6068
3309 호래자식(후레자식) 바람의종 2007.04.27 14791
3308 홀몸 바람의종 2007.04.27 9604
3307 가관이다 바람의종 2007.04.28 12820
3306 가차없다 바람의종 2007.04.28 10601
3305 위하여/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8 703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