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0 10:24

성인의 세계

조회 수 14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성인의 세계

여중생들의 폭력, 참으로 낯설다. 그러면 남중생들은 지금 뭐 할까? 그들은 얌전하게 학교에 다니고 이 여중생들만이 겁도 없이 사고를 치고 있는 걸까? 아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더 큰 사회 변화가 이 자그마한 사건 뒤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눈길을 반대편으로 한번 돌려 보자. 요즘은 노인들이 취업도 열심히 하고 폭력과 범죄에도 많이 연루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스무 살부터 예순 살까지를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시기로 보고 10대 청소년과 60대 이후 노인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해해왔는데 어찌 보면 지금 그들이 몸부림치며 사회에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청소년들은 아직 아이들에 가깝고 60대 이상은 성인이란 말을 쓰기에는 나이가 초과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들은 지금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폭력을 사용할 수 있고, 취업도 하고 싶고, ‘정상적인 성인’ 대접 받으며 살고 싶다는 신호 말이다.

이미 청년, 장년, 중년, 초로 등과 같은 세대 구분 용어는 무의미해졌다. 다 같은 성인일 뿐이다. 여기에 청소년과 노인들이 끼어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상 같은 수준의 언어적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 세대 간의 지식과 정보의 차이를 구분해내기 쉽지 않다. 사실 모두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동일한 ‘성인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사회 구조가 새로이 재편성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들과 초고령 노인들을 제외한 거대한 사회집단이 동일한 성인 세계를 공유하자고 외치고 있다. 이제 나이 몇 살 차이로 존댓말 써야 하는 낡은 언어 체계는 곧 ‘옛말’이 되어 버릴 것 같다. 오히려 동등한 성인으로서의 유대감과 친근감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경어법도 크게 약화되거나 단순화되어야 할 듯하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63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1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135
3194 쌩얼, 민낯, 맨얼굴, 민얼굴 바람의종 2011.12.05 14633
3193 번번이 / 번번히 바람의종 2012.05.07 14632
3192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바람의종 2009.05.01 14613
3191 훈민정음 반포 565돌 바람의종 2011.11.20 14606
3190 ‘가로뜨다’와 ‘소행’ 바람의종 2010.07.09 14602
3189 넉넉지/넉넉치 바람의종 2009.03.17 14573
3188 뇌살, 뇌쇄 / 다례, 차례 / 금슬, 금술, 금실 / 귀절, 구절 바람의종 2010.03.24 14515
3187 함께하다/ 함께 하다, 대신하다/ 대신 하다 바람의종 2009.03.29 14476
3186 진이 빠지다 바람의종 2008.01.30 14474
3185 어깨 넘어, 어깨너머 바람의종 2009.08.01 14471
3184 할려고? 하려고? 바람의종 2010.07.25 14464
3183 널빤지, 널판지, 골판지 바람의종 2009.09.23 14464
3182 괄괄하다 風磬 2006.09.29 14462
3181 담갔다, 담았다, 담그다 바람의종 2010.11.10 14456
3180 겸연쩍다, 멋쩍다, 맥쩍다 바람의종 2009.07.25 14416
3179 하꼬방 바람의종 2011.11.30 14406
3178 옛부터? 바람의종 2010.03.19 14398
3177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바람의종 2009.11.09 14396
3176 오락·문화용어 바람의종 2010.03.19 14376
3175 쇠다와 쉬다 바람의종 2010.04.17 14368
3174 며늘아기, 며늘아가 바람의종 2010.08.06 14367
3173 십상이다 바람의종 2010.08.11 143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