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2.08 04:50

언어적 적폐

조회 수 12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어적 적폐

‘적폐’라는 말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개인 생활 같은 데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고 주로 낡은 사회조직이나 인습의 혁신을 요구하는 구호에 잘 쓰인다. 특히 요즘 같은 정치적 변동기에는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언어에다가 한번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비속어나 일본식 표현 등에 대해서는 쉽게 비분강개를 한다. 그렇지만 그 외의 언어 문제에는 그리 경각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했던 이상한 말들, 예를 들어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 같은 것들을 한낱 웃음거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야말로 언어로 나타난 고약한 적폐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하다.

언어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쓰이는 유용한 이기이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는 흉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러한 화법을 공직자들이 남용한다는 것은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툭하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주변화시킨다든지 부차적 문제를 가지고 ‘국기문란’으로 몰아간다든지, “그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며 사사로운 주관적 해석으로 공적인 결정을 밀어붙였던 일들은 언어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그 폐단을 쌓아왔는지를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언어적 적폐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언론이 정확한 사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확한 정보 해석을 제공해주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겪은 언어적 적폐는 보통사람들이 ‘언어’와 ‘매체’의 주인이 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 매우 간결했고 에두르지 않았고 소통적이었다. 계속 이렇게 우리 모두 언어와 매체의 주인으로 언어적 적폐를 닦아내야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665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19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243
3172 파투 바람의종 2007.09.04 9729
3171 파천황 바람의종 2007.09.04 9681
3170 파이팅, 오바이트, 플레이, 커닝 바람의종 2008.09.23 8690
3169 파이팅 바람의종 2009.06.01 8779
3168 파열음 바람의종 2010.01.15 10142
3167 파스 바람의종 2009.05.01 12889
3166 파리지옥풀 바람의종 2008.03.15 8958
3165 파랗다와 푸르다 윤영환 2008.09.03 8467
3164 파랗네, 파레지다 바람의종 2009.04.03 10070
3163 파랑새 바람의종 2009.06.16 7332
3162 파국 바람의종 2007.09.01 8863
3161 파고다 바람의종 2010.02.09 11657
3160 파경 바람의종 2007.09.01 10941
3159 트레킹, 트래킹 바람의종 2009.03.27 8669
3158 트랜스 바람의종 2010.01.11 11038
3157 튀르기예 / 뽁뽁이 風文 2020.05.21 1635
3156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바람의종 2008.03.04 12428
3155 퉁맞다 바람의종 2007.03.30 8050
3154 퉁구스 말겨레 바람의종 2008.02.16 10551
3153 투성이 바람의종 2010.08.27 9286
3152 퇴화되는 표현들 / 존댓말과 갑질 風文 2020.07.07 2027
3151 퇴짜 바람의종 2007.08.31 101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