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10.30 16:12

하릴없이, 할 일 없이

조회 수 13310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말바루기] 하릴없이, 할 일 없이

  얼마 전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1930년대 근대화돼 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담고 있다.

 소설가 구보는 ‘하릴없는’ 하루를 보낸 걸까, ‘할 일 없는’ 하루를 보낸 걸까. 각각의 의미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할 일 없는’을 사용해야 할 자리에 ‘하릴없는’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릴없다’는 “버스 파업 소식을 접하지 못한 시민들이 승강장에서 하릴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다” “내가 잘못해 일어난 상황이니 혼이 나도 하릴없는 일이다”에서처럼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또 “머리도 못 감은 듯한 모습이 하릴없이 폐인의 형국이다” “누더기를 기워 입은 듯한 모습이 하릴없는 거지였다”에서와 같이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할 일 없이’는 말 그대로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의미로, 한 단어가 아니므로 ‘할일없이’와 같이 붙여 쓰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영락없이’로 바꿔 쓸 수 있다면 ‘하릴없이’, ‘빈둥빈둥’의 의미를 지닌다면 ‘할 일 없이’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구보는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70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18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099
3260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205
3259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206
3258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207
3257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208
3256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208
3255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1208
3254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212
3253 까치발 風文 2023.11.20 1213
3252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214
3251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215
325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215
3249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216
3248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219
3247 김 여사 風文 2023.05.31 1220
3246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1222
3245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1223
3244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224
3243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224
3242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224
3241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225
3240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226
3239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2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