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03 12:04

파랗다와 푸르다

조회 수 8479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파랗다와 푸르다

  ‘파랗다’와 ‘푸르다’가 헷갈린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924년에 나온 윤극영의 노래 <반달>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하고 나간다. 이때 벌써 하늘을 ‘푸르다’고 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도 ‘파랗다’를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 이렇게 곧장 ‘푸르다’ 그것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다. 또 ‘푸르다’를 찾으면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이렇게 ‘파랗다’를 풀이한 소리를 거의 그대로 되풀이해 놓았다. 그러나 ‘파랗다’는 “맑은 가을 하늘”까지만 맞다. 바다도 “깊은 바다”는 아니고 얕은 바다라야 그냥 ‘파랗다’ 할 수 있다. 깊은 바다라면 ‘새파랗다’ 아니면 ‘시퍼렇다’ 해야 한다. ‘푸르다’는 “풀의 빛깔과 같이”까지만 맞다. 그래서 ‘파랗다’의 풀이에 “새싹과 같이”는 ‘푸르다’ 쪽으로 옮겨야 하고, 마찬가지로 ‘푸르다’의 풀이에 쓰인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는 ‘파랗다’ 쪽에서만 써야 마땅한 것이다.

  알다시피 길거리 신호등은 세상 어디서나 빛깔의 세 으뜸인 빨강(빨갛다), 파랑(파랗다), 노랑(노랗다)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파란 신호등’을 ‘푸른 신호등’으로 바꾸었다. ‘파랗다’와 ‘푸르다’의 헷갈림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풀빛은 ‘푸르다’로, 하늘빛은 ‘파랗다’로 바로잡도록 국어교육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23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64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619
3172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295
3171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295
3170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296
3169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298
3168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300
3167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300
3166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300
3165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301
3164 ‘부끄부끄’ ‘쓰담쓰담’ 風文 2023.06.02 1301
3163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302
3162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306
3161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307
3160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308
3159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308
3158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309
3157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309
3156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314
3155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315
3154 ‘끄물끄물’ ‘꾸물꾸물’ 風文 2024.02.21 1316
3153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317
3152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317
315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風文 2022.02.01 13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