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6.12 03:56

피죽새

조회 수 9634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피죽새

짐승이름

“바위 암상에 다람이 기고 시내 계변에 금자라 긴다. 조팝나무에 피죽새 소리며, 함박꽃에 벌이 와서 몸은 둥글고 발은 작으니 제 몸에 못 이겨 동풍이 건듯 불 때마다, 이리로 접두적 저리로 접두적, 너흘너흘 춤을 추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백구사)

 자연을 즐기던 선인들의 흥이 녹아든 노래다. 조팝나무에 ‘피죽새’ 소리가 나온다. 피죽도 먹지 못한 양 힘없이 운다고 피죽새란다. 하필이면 조팝나무에. 조밥(조팝)이라도 실컷 먹었으면 원이 없어서인가. 피죽은 뭔가? 피로 쑨 죽이다. 피는 논에 나는 잡풀로서 씨앗은 새의 먹이로 쓰이고 흉년이 들었을 때는 사람이 먹기도 한다. 고려 때 <계림유사>에 보면 사람들은 피쌀 곧 패미(稗米)로 짓는 피밥이나 죽을 먹었고, 쌀은 나라에서 정한 대로 관혼상제 같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먹도록 했다. 그러니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사람 같다는 말이 생겼을 법하다.

 피죽새는 흔히 밤꾀꼬리(夜鶯)라고도 이른다. 밤이 되면 배고픈 사람처럼 구슬피 운다고 한다. 야래향(夜來香)이 피면 밤꾀꼬리가 운다. “남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밤꾀꼬리는 구슬피 웁니다./ 오직 야래향만이 향기를 내뿜습니다./ 나는 아득한 밤의 어둠을 사랑하고/ 밤 꾀꼬리의 노래도 사랑하지만/ 꽃 같은 꿈은 더더욱 사랑합니다.” 피죽새 우는 봄밤을 누구와 함께 깊은 속을.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80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29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196
3238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503
3237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504
3236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505
3235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1506
3234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506
3233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509
3232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509
3231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512
3230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513
3229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514
3228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514
3227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514
3226 '-시키다’ 風文 2023.12.22 1514
3225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517
3224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1519
3223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522
3222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523
3221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523
3220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523
3219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524
3218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525
3217 순직 風文 2022.02.01 15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