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5 10:37

한내와 가린내

조회 수 9383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내와 가린내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암행어사 이몽룡이 전라도 초읍인 여산에서 일행을 세 갈래로 나누어 떠나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한 갈래는 진산·금산·무주·용담·진안·장수·운봉·구례로 돌아드는 서리패들의 전라 좌도고, 또 한 갈래는 용안·함열·임피·옥구·김제·만경·고부·부안·흥덕·고창·장성 등을 거치는 중방 역졸패의 우도다. 그리고 한 패는 종사들로 익산·금구·태인·정읍·순창·옥과·광주·나주·창평 등지를 거치도록 하였다. 자신은 헌 파립과 망건을 의뭉하게 차리고 삼례를 거쳐 완산 팔경을 구경하며 남원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암행어사가 거쳐 간 땅이름 가운데 “한내 쥬엽졩이, 가린내 싱금졍, 숩졍이, 공북누”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쥬엽졩이, 싱금졍, 숩졍이도 땅이름처럼 보이나 이들은 ‘공북누’와 함께 정자이거나 누각임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 나오는 ‘한내’와 ‘가린내’다. ‘한내’는 ‘크다’의 뜻을 지닌 ‘한’에 ‘내’가 붙은 말로 ‘대천’에 해당한다. 지금의 대천은 충남 보령이므로 춘향가에 나오는 대천과는 관련이 없다. 달리 말해 ‘큰 내’를 뜻하는 ‘한내’도 보편적으로 널리 쓰인 땅이름이다.

‘가린내’는 ‘한내’와는 대립적인 뜻을 갖는 말이다. 이 말은 ‘가늘다’의 다른 형태인 ‘가ㄹ.다’(‘가루’의 어원)에 ‘내’가 붙은 말이다. 곧 ‘가는내’ 또는 ‘가ㄹ.ㄴ내’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런 뜻의 ‘가린내’는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에도 있다. 비슷한 형태로 좁고 가는 골짜기를 뜻하는 ‘가는골’도 산골 마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54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21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098
3172 가라, 와라 바람의종 2011.11.20 9604
3171 가랭이 / 가랑이 바람의종 2010.08.05 16613
3170 가르치다, 가리키다 바람의종 2008.10.01 6814
3169 가마즁이·언년이 바람의종 2008.06.19 7080
3168 가마귀 바람의종 2008.12.11 9108
3167 가마우지 바람의종 2009.06.29 6344
3166 가시 돋힌 설전 바람의종 2010.04.01 13354
3165 가시버시 바람의종 2007.12.17 7587
3164 가시버시 바람의종 2010.04.26 10057
3163 가시집 바람의종 2008.03.15 7573
3162 가야와 가라홀 바람의종 2008.04.01 7143
3161 가열차다, 야멸차다 바람의종 2009.03.18 11365
3160 가엾은/가여운, 서럽다/서러운, 여쭙다/여쭈다 바람의종 2009.06.29 11719
3159 가오 잡다, 후카시 잡다 바람의종 2009.11.24 17180
3158 가와 끝 바람의종 2008.01.13 6866
3157 가외·유월이 바람의종 2008.09.06 7766
3156 가을하다 바람의종 2007.12.28 7287
3155 가이없는 은혜 바람의종 2012.08.17 9154
3154 가입시더 바람의종 2009.04.09 6619
3153 가젠하민 바람의종 2009.05.24 6924
3152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1452
3151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2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