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5 14:51

가시집

조회 수 7784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시집

'가시집’은 ‘아내의 집’, ‘처가’를 일컫는다. 북녘에서는 ‘가시집’이 처가와 같은 말이고, 한자말인 처가보다는 고유어인 가시집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면 남녘에서 ‘가시집’은 ‘처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여기고, 일상적으로 잘 쓰이지도 않는다. 남녘에서 잘 쓰이지 않는 까닭은 ‘낮춤’의 뜻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시집에서 ‘낮춤’의 느낌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마도 ‘가시내, 가시나’의 영향으로 보인다. ‘가시’에서 ‘가시내’가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시’는 조선 초에도 쓰이던 말로 ‘아내’를 뜻한다. “처(妻)는 가시라”와 같이 본디는 명사였지만 점차 쓰임이 줄어들어 이제는 앞가지로 쓰인다. 가시집을 ‘처가의 낮은 말’로 본 것은〈큰사전〉(1947년)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조선말 사전〉(1960년)에서 ‘처가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했다가〈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년)에서는 ‘안해의 친정집’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사이 북녘에서 인식이 바뀌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해’는 ‘아내’의 옛말이면서 북녘에서는 ‘문화어’(표준말)로 쓰인다.

‘가시-’가 들어간 남북 지역어를 보면, 중부를 제외한 북부와 남부 지역에서 두루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녘 사전에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가 있는데 남녘 사전에 없는 것은 ‘가시-’에 대한 남북의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가시내, 가시나’도 ‘낮춤’의 뜻 없이 쓰이기도 하므로, 앞가지 ‘가시-’를 살려 써 보면 어떨까?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46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17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799
3194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659
3193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667
3192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667
3191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669
3190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670
3189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675
3188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678
3187 ○○노조 風文 2022.12.26 1678
3186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681
3185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682
3184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686
3183 '-시키다’ 風文 2023.12.22 1687
3182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694
3181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695
3180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697
3179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697
3178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700
3177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705
3176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705
3175 국어 영역 / 애정 행각 風文 2020.06.15 1708
3174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710
3173 지식생산, 동의함 風文 2022.07.10 17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