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3 12:30

수진이 고개

조회 수 9858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진이 고개

성남시 수진동은 ‘궁말’, 또는 ‘궁촌’이라고도 했다.〈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에는 세종의 일곱째 아들인 평원대군의 묘를 관리하는 수진궁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그런데 수진동은 ‘수진’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민요 ‘남원산성’의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 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진’, ‘날진’(나진, 난친), ‘보라매’는 모두 매의 이름들이다. 사역원에서 간행한〈몽어유해〉에는 ‘해동청’(海東靑)을 ‘숑홀’이라고 기록한 바 있는데, 해동청은 오늘날의 ‘송골매’다.

이처럼 땅이름에 매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고려시대에 원나라와의 교류 과정에서 원의 매사냥 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어떤 말들은 완전히 우리말처럼 쓰여 몽골어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고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 꽁지에 붙인 네모진 뿔을 일컫는 말이었다. 달아난 매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기로 작정하고 시치미를 떼는 행위에서 ‘시치미 떼다’라는 관용어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청준의 ‘매잡이’에서 사라져 가는 매잡이의 전통을 지키려는 곽돌 영감의 몸부림이 묘사되어 있듯이 오늘날은 매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그나마 땅이름 속에서 매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6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11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065
3216 밀월 바람의종 2007.07.06 8922
3215 박사 바람의종 2007.07.07 7857
3214 방편 바람의종 2007.07.07 6713
3213 배수진 바람의종 2007.07.08 7142
3212 백병전 바람의종 2007.07.08 6116
3211 백서 바람의종 2007.07.09 5403
3210 백성 바람의종 2007.07.09 9108
3209 백수 바람의종 2007.07.10 6175
3208 백안시 바람의종 2007.07.10 7609
3207 백전백승 바람의종 2007.07.11 6223
3206 백정 바람의종 2007.07.11 6454
3205 보루 바람의종 2007.07.13 5631
3204 보모 바람의종 2007.07.13 7085
3203 보필 바람의종 2007.07.14 7212
3202 복마전 바람의종 2007.07.14 6305
3201 복불복 바람의종 2007.07.16 7998
3200 불야성 바람의종 2007.07.16 6290
3199 불우 바람의종 2007.07.17 5857
3198 불한당 바람의종 2007.07.17 7475
3197 사이비 바람의종 2007.07.18 7309
3196 사족 바람의종 2007.07.18 6335
3195 사주 바람의종 2007.07.19 90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