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2 20:37

큰 바위

조회 수 7785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큰 바위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은 산골짜기 어느 마을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인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년과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던 큰 바위 얼굴을 한 위인은 장군도 아니었고 시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바위를 닮아 살아온 주인공 자신이었던 셈이다.

사람은 자신이 놓인 자연을 닮아가면서 살아간다. 경기도 두물머리(양수리) 사람들의 삶을 그린 시인 권대응은 “양수리 사람들은 강을 닮으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땅이름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금강산 기행>을 쓴 이광수는 구름과 안개가 걷힌 금강산 비로봉에 지극히 평범한 덕을 지닌 ‘배바위’를 보고는 소설가다운 상상을 자연스럽게 펼쳐낸다. 배바위는 뱃사람들이 바위를 기준으로 삼아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바위라는 뜻이다. 만장봉두에 말없이 앉아 있다가 푸른 바닷길을 열어주니 얼마나 큰 덕을 쌓는 일인가. 성인도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한 덕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평범한 덕이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큰 바위 이름은 모양이나 기능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우뚝 선 모습의 ‘선바위’, 병풍처럼 펼쳐 있는 ‘병풍바위’, 칼날처럼 날카로운 ‘칼바위’ 등이 그러하다. 특히 강원 산간 마을에는 이런 이름이 더 많다. 이런 이름들에는 큰 바위 얼굴처럼 자연을 닮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배어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6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14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181
3238 교정, 교열 / 전공의 風文 2020.05.27 1253
3237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254
3236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254
3235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255
3234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255
3233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255
3232 태극 전사들 風文 2022.01.29 1256
3231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257
3230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260
3229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264
3228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264
3227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267
3226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267
3225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1269
3224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269
3223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270
3222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272
3221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272
3220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1272
3219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273
3218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278
3217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28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