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02:11

별내와 비달홀

조회 수 8941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별내와 비달홀

뜻이 같은 한자말과 토박이말이 합친 말이 많다. ‘역전앞’이나 ‘처가집’이 대표적인 경우다. 언어학자들은 같은 뜻을 합쳐 이룬 낱말은 말의 경제적인 차원에서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되므로 적절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역전’이나 ‘처가’로 써야 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자말과 토박이말의 합성어가 전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족발’은 ‘족’(足)이나 ‘발’만으로는 뜻을 전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비록 ‘족’과 ‘발’이 같은 뜻일지라도 두 말이 합치어 새로운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옛말 가운데는 ‘별’과 ‘낭’이 그런 보기에 해당한다. 전남 승주군에 있었던 ‘별량(별애)부곡’이나 <삼국사기>에 보이는 ‘압록수 이북의 미수복 지역’ 땅이름인 ‘비달홀’(비탈골)에 들어 있는 ‘별애’와 ‘비탈’은 비스듬한 모양의 지형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우리 옛말에는 ‘별’과 ‘낭’은 비슷하지만 다른 뜻의 말이었다. <동국신속 삼강행실도>의 “ㅈ.식을 업고 낭의 떨어져 죽으니라”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낭’은 ‘절벽’을 뜻하며, <동동>의 “6월 보름에 별헤 ㅂ.룐 빗 다호라”에 나오는 ‘별’은 절벽보다는 덜 가파른 비스듬한 지역을 나타낸다. 이 두 말이 합쳐서 ‘벼랑’이라는 말이 된 것이다. 특히 ‘별’은 물을 뜻하는 ‘내’나 ‘고개’를 뜻하는 ‘재’와 어울려 땅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깅기 남양주의 ‘별내’나 강원 통천의 ‘별재’는 이런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81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30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210
3282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447
3281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1447
3280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449
3279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449
3278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450
3277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451
3276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452
3275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453
3274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1453
3273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454
3272 김 여사 風文 2023.05.31 1455
3271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1456
3270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458
3269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1460
3268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465
3267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1466
3266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469
3265 까치발 風文 2023.11.20 1474
3264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475
3263 내일러 風文 2024.01.03 1475
3262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476
3261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14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