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새
오래된 유행가 가운데 가을이 되면 애절하게 가슴을 적시는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짝사랑’) 하는 노랫말에서 ‘으악새’가 나온다. 이를 ‘새’(鳥)로 아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2절에서 ‘뜸북새’도 슬피 운다 하니 더욱 그럴싸하다. 실제로 정재도님은 그것이 물과 관계가 있으며, 봄에 우리나라에 와 논·강·호숫가에서 살다가 가을에 돌아가며 슬피 우는 ‘왜가리’를 일컫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짝사랑’에 나오는 ‘으악새’와 상관없이 풀이름 ‘억새’의 경기 사투리로 ‘으악새’가 있고, 억새의 옛말에 ‘어웍새’가 있는 것을 보면, 풀이름과 ‘으악새’의 인연도 깊은 듯하다.
‘새’는 우리가 흔히 동물 이름 ‘○○새’를 떠올리지만, 식물 이름 ‘○○새’도 꽤 있다. 그냥 ‘새’라는 풀도 있고, ‘억새’의 준말이 ‘새’이기도 하다. 또한 볏과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기름새/ 나래새/ 드렁새/ 들묵새/ 물뚝새/ 쌀새/ 솔새/ 수수새/ 장고새 …들이 있다. ‘방울새’는 새이름이기도 하지만 풀이름이기도 하고, ‘오리새/ 꼬리새/ 호오리새’ 역시 새이름 아닌 풀이름이다.
주변에 19세기 프랑스 폴 베를렌의 시 〈가을의 노래〉 중 “가을날 비올롱의 긴 흐느낌은 ~”에서 ‘비올롱’을 바이올린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슬피 우는 새로 잘못 알고 그 감정에 푹 빠져서 불문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셨다는 분이 있다. 착각에 힘입은 감동이라도 가끔씩은 개입하는 게 삶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087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7414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2295 |
180 | 이랑과 고랑 | 바람의종 | 2008.02.05 | 7454 |
179 | 돌서덕 | 바람의종 | 2008.02.05 | 9717 |
178 | 게르만 말겨레 | 바람의종 | 2008.02.05 | 8750 |
177 | 노루귀 | 바람의종 | 2008.02.04 | 6743 |
176 | 마개와 뚜껑 | 바람의종 | 2008.02.04 | 8391 |
175 | 가닥덕대 | 바람의종 | 2008.02.03 | 7659 |
174 | 라틴말의 후예 | 바람의종 | 2008.02.03 | 7104 |
173 | 물과 땅이름 | 바람의종 | 2008.02.03 | 8193 |
172 | 뚱딴지 | 바람의종 | 2008.02.02 | 8262 |
171 | 괴다와 사랑하다 | 바람의종 | 2008.02.02 | 9931 |
170 | 아프리카의 언어들 | 바람의종 | 2008.02.02 | 9051 |
169 | ‘돌미’와 ‘살미’ | 바람의종 | 2008.02.01 | 8303 |
168 | 올림과 드림 | 바람의종 | 2008.02.01 | 7670 |
167 | 무릎노리 | 바람의종 | 2008.02.01 | 8955 |
166 | 아랍말과 히브리말 | 바람의종 | 2008.02.01 | 7569 |
165 | 별내와 비달홀 | 바람의종 | 2008.02.01 | 8961 |
» | 으악새 | 바람의종 | 2008.01.31 | 10036 |
163 | 까닭과 때문 | 바람의종 | 2008.01.31 | 7148 |
162 | 아시저녁·아시잠 | 바람의종 | 2008.01.31 | 7704 |
161 | 중앙아시아 언어들 | 바람의종 | 2008.01.30 | 9406 |
160 | 한뫼-노고산 | 바람의종 | 2008.01.30 | 10549 |
159 | 개불알꽃 | 바람의종 | 2008.01.30 | 93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