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9 15:42

비갈망

조회 수 8654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비갈망

'비갈망’에 쓰인 ‘갈망’은 ‘간절히 바라다’는 뜻의 한자말 갈망(渴望)이 아니다. 남북 두루 쓰는 토박이말이다. 이 말은 ‘어떤 일을 감당하여 수습하고 처리함’이란 뜻으로, ‘갈무리’와 비슷한 말이다. 둘 다 ‘갊다’에서 나왔다. ‘비갈망’이라고 하면, ‘비를 맞지 않도록 하거나 그런 대책을 세우는 일’이 된다.

“비료가 물에 씻겨내려가지 않게 비닐보를 덮어 비갈망을 하다.” (조선말대사전)
“차응도는 걸어가면서도 집 짓는 사람들에게 (…중략…) 연목길이를 길게 해서 처마가 비갈망을 하게 하라느니 하며 연신 소리를 지른다.” (장편소설 〈유격구의 기수〉)

또, ‘눈갈망’은 ‘눈을 맞지 않도록 하는 일’, ‘바람갈망’은 ‘바람을 덜 맞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장작더미에 눈갈망을 하다.” (조선말대사전)
“저 불쌍한 사람이 이 추운 날에 바람갈망할 만한 옷도 입지 못하고.” (415 문학창작단 〈혁명의 려명〉)

토박이말 ‘갈망’이 들어간 남녘말도 적잖다. ‘앞갈망’은 ‘자기에게 생기는 일을 감당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뒷갈망’은 ‘뒷감당’과 같은 말이고, ‘끝갈망’은 ‘일의 뒤끝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말갈망’은 ‘자기가 한 말을 뒷수습하는 것’이다.

‘갈망하다’는 ‘무엇을 덮거나 감싸다’는 뜻과 ‘어떠한 분야나 범위를 모두 포함하다’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어서 외래어 ‘커버하다’를 대신할 수도 있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98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51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446
3282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1471
328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474
3280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1474
3279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474
3278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476
3277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1477
3276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478
3275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479
3274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480
3273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480
3272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481
3271 벌금 50위안 風文 2020.04.28 1482
3270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484
3269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487
3268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488
3267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488
3266 아카시아 1, 2 風文 2020.05.31 1489
3265 김 여사 風文 2023.05.31 1489
3264 지슬 風文 2020.04.29 1493
3263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1494
3262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496
3261 까치발 風文 2023.11.20 14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