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0 05:58

달맞이꽃

조회 수 6525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달맞이꽃

수많은 풀꽃 이름 중에서도 운치 있는 이름을 대자면 ‘달맞이꽃’이 으뜸일 성싶다. 그 이름만 들어도 달빛이 밝게 흐르는 강변에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며 서 있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볼 수 있다.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여름밤 달 뜨는 시간에 달빛으로 노랗게 피었다가 날이 밝으면 살짝 붉어지면서 시드는데, 이에 담긴 꽃말도 ‘기다림, 말 없는 사랑’이다. 그 애절함으로 말미암아 아마도 우리 노래나 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풀꽃 이름이 아닐까 싶다.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으로 보면 토박이 식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로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100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특히 광복 이후 많이 퍼져서 ‘해방초’(解放草)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런데도 한방에서는 뿌리를 ‘월견초’(月見草)라고 하여 감기와 기침에, 씨앗을 ‘월견자’라고 하여 피부병과 고지혈증에 약재로 쓴다.

달맞이꽃을 영어로는 ‘해 지는 꽃’(sundrop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풀꽃 이름에서도 우리 겨레는 달을 기준으로 음력으로, 서양은 해를 기준으로 양력으로 살아온 것이 드러나는 듯하다. 사물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세계관과 사는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인생을 포괄하는 섭리는 도종환의 시(아무도 없는 별)에서 노래하듯이 “달맞이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 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 …”처럼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지 않을까.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74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38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203
3304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459
3303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462
3302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463
3301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465
3300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466
3299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466
3298 정당의 이름 風文 2022.01.26 1468
3297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468
3296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470
3295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1470
3294 말의 미혹 風文 2021.10.30 1474
3293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474
3292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476
3291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477
329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479
3289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1480
3288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480
3287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481
3286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1481
3285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482
3284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1483
3283 사저와 자택 風文 2022.01.30 14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