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3 01:37

가와 끝

조회 수 6764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와 끝

“무슨 팔자인지 밀려오는 일이 끝도 가도 없네!” 이런 푸념을 듣는다. ‘끝’은 무엇이며 ‘가’는 무엇인가? ‘끝’과 ‘가’는 본디 넘나들 수 없도록 속뜻이 다른 말이었으나 요즘은 걷잡지 못할 만큼 넘나든다. 아니 넘나든다기보다 ‘끝’이 ‘가’를 밀어내고 있다. “그 광주리를 저쪽 마루 가로 갖다 두어.” 하던 것을 요즘은 흔히 “그 광주리를 저쪽 마루 끝으로 갖다 두어.” 한다.

‘가’는 바닥이나 자리나 바탕 같이 넓이가 있는 공간에서 가운데로부터 멀리 떨어진 데를 뜻한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데’가 반드시 얼마간의 너비를 지니고 있는 자리기에 ‘가장자리’라는 말을 함께 쓴다. ‘끝’은 시간을 흐르는 채로 두고 또는 도막으로 잘라서 맨 마지막, 흐르는 시간에 따라 벌어지는 일이나 움직임에서도 맨 마지막, 흐르는 시간처럼 길이가 있는 물건의 맨 마지막을 뜻한다. 나아가 공간도 어느 쪽으로든 마지막을 뜻하지만, 공간의 ‘끝’은 ‘가’와 달리 너비를 지닌 자리가 없어 ‘끄트머리’(끝의 머리)라는 말을 함께 쓴다.

그러니까 ‘가’는 공간에만 쓰고, ‘끝’은 시간에 써야 본바탕이지만 공간까지 넓혀 쓴다. 그만큼 ‘끝’의 뜻넓이가 ‘가’보다 본디 넓어서 조심스레 가려 써 버릇하지 않으니까 힘센 ‘끝’이 힘여린 ‘가’를 밀어낸다. 하지만 “그 광주리를 저쪽 마루 끝으로 밀어 두어.” 하는 말을 제대로 따르면 광주리는 반드시 마루 밑으로 떨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끝’에는 광주리를 받을 만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83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33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335
3172 파투 바람의종 2007.09.04 9777
3171 파천황 바람의종 2007.09.04 9742
3170 파이팅, 오바이트, 플레이, 커닝 바람의종 2008.09.23 8723
3169 파이팅 바람의종 2009.06.01 8827
3168 파열음 바람의종 2010.01.15 10171
3167 파스 바람의종 2009.05.01 12919
3166 파리지옥풀 바람의종 2008.03.15 9032
3165 파랗다와 푸르다 윤영환 2008.09.03 8501
3164 파랗네, 파레지다 바람의종 2009.04.03 10099
3163 파랑새 바람의종 2009.06.16 7386
3162 파국 바람의종 2007.09.01 8922
3161 파고다 바람의종 2010.02.09 11684
3160 파경 바람의종 2007.09.01 11001
3159 트레킹, 트래킹 바람의종 2009.03.27 8713
3158 트랜스 바람의종 2010.01.11 11081
3157 튀르기예 / 뽁뽁이 風文 2020.05.21 1686
3156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바람의종 2008.03.04 12507
3155 퉁맞다 바람의종 2007.03.30 8105
3154 퉁구스 말겨레 바람의종 2008.02.16 10635
3153 투성이 바람의종 2010.08.27 9324
3152 퇴화되는 표현들 / 존댓말과 갑질 風文 2020.07.07 2088
3151 퇴짜 바람의종 2007.08.31 102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