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5 00:30

호박고지

조회 수 9346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호박고지

햇볕이 따사로운 철이면 어머니의 손길이 바빠진다. 겨울에 먹을 마른 음식과 밑반찬 준비 때문이다. 겨우내 먹을 밑반찬으로 고추도 말려야 하고, 깻잎도 절여야 하고, 또 호박과 가지와 무를 얇게 썰어 햇볕에 말려두어야 한다. 무와 가지를 말린 것을 표준어로는 ‘무말랭이’, ‘가지말랭이’라고 하고, 호박을 말린 것은 ‘호박고지, 호박오가리’라고 한다.

‘오가리’는 ‘오글다, 오그라지다’와 관련된 낱말로, 고장에 따라 ‘우거리, 우가리, 와가리, 왁다리’로 발음한다. ‘고지’는 ‘고지, 꼬지’로 많이 쓰고, ‘고지’에 접미사 ‘-아기, -앙이’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고재기, 꼬쟁이’의 형태도 보인다. ‘오가리’와 ‘고지’가 뜻이 비슷한 까닭에 두 말이 섞이면서 ‘우거지, 고자리’의 형태로도 쓰인다. 제주도에서는 ‘말랭이’를 많이 쓴다. 지역에 따라서 ‘꼬시래기, 속씨래기, 쪼가리’로 쓰는 경우도 있다.

무말랭이는 양념을 해서 반찬을 만들면 졸깃한 느낌 덕분에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하다. 가지말랭이나 호박고지는 겨울철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나물을 무치거나 탕을 하면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이렇게 말려 놓은 무말랭이나 호박고지 등은 정월 보름날에 나물로 많이 쓴다. 가을철, 따사로운 햇볕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 애호박을 얇게 썰고 가지를 길게 썰어, 채반에 널어서 말리는 풍경이 그립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35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395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8800
339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178
3391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188
3390 내색 風文 2023.11.24 1196
3389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203
3388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206
338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212
3386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235
3385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239
338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240
3383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241
3382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243
338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244
3380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246
3379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1248
3378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251
3377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253
3376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254
3375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257
3374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258
3373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258
3372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258
3371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26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