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3 19:03

벌레

조회 수 7399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벌레

가을이 깊어가면서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장독대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대는가 하면, 따사로운 햇볕에 각종 벌레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벌레’는 ‘버러지’와 함께 표준말로 쓰인다.

‘벌레’의 15세기 형태는 ‘벌에’다. 이 당시의 표기 방식은 ‘몸애〉모매’처럼 연철 표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벌에’는 ‘버레’가 아닌 ‘벌에’로 적었다. ‘몰애’(沙)도 같은 유형이다. 제2음절에 쓰이는 ‘ㅇ’은 ‘ㄱ’이 약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벌에’의 이전 형태는 ‘벌게’로 추정할 수 있고, ‘몰애’의 이전 형태는 ‘몰개’로 추정할 수 있다.

‘벌레’의 방언 형태는 ‘벌레, 버래, 버러지, 벌게, 벌거지’가 있다. ‘벌게’의 경우는 ‘벌에/버래’보다 오래된 형태다. 그래서 ‘벌게’의 경우 고장말에서는 ‘벌개, 벌기, 블기’ 등으로 나타나고, ‘벌레’는 ‘버래, 벌레, 버랭이’로 나타난다.

‘벌거지〉버러지’의 변화에서 보는 것처럼, ‘벌거지’도 ‘벌ㄱ’에 뒷가지 ‘-어지’를 연결해 쓰는 고어형이다. 방언에서는 ‘벌거지, 벌가지, 벌걱지, 블그니, 벌갱이’로 쓰인다. ‘버러지’는 ‘벌’에 접미사 ‘-어지’를 연결한 것으로 ‘벌러지, 버럭지, 버레기’가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벌게, 벌거지’가 단순히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중세국어인 ‘벌에’보다 이전에 썼던 옛말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방언에는 이처럼 아주 오래된 말이 많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772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23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173
3348 드라비다말 바람의종 2008.01.02 6876
3347 복잡다난·미묘 바람의종 2008.01.03 11015
3346 움과 싹 바람의종 2008.01.03 8566
» 벌레 바람의종 2008.01.03 7399
3344 경제 새말 바람의종 2008.01.04 7372
3343 자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4 6983
3342 제맛 바람의종 2008.01.05 7794
3341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478
3340 호박고지 바람의종 2008.01.05 9081
3339 모음의 짜임새 바람의종 2008.01.06 5753
3338 노무족 바람의종 2008.01.06 6257
3337 ‘막하다’ 바람의종 2008.01.06 8081
3336 참말과 거짓말 바람의종 2008.01.07 8775
3335 겨울 바람의종 2008.01.07 8208
3334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393
3333 말소리의 높낮이 바람의종 2008.01.08 7151
3332 헛이름 바람의종 2008.01.08 10642
3331 먹거리와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01.08 8346
3330 쇠죽 바람의종 2008.01.10 8713
3329 말소리의 억양 바람의종 2008.01.10 6797
3328 말다듬기 바람의종 2008.01.10 6390
3327 떨려나다 바람의종 2008.01.11 88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