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4 00:51

말과 나라

조회 수 6713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과 나라

알타이어족에 드는 몽골어파, 튀르크어파, 만주퉁구스어파 가운데 만주퉁구스어파에 속하는 어떤 말을 쓰는 겨레도 독자적으로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어파에 드는 만주어는 한때 중국 대륙을 지배한 청나라를 세운 민족의 말이긴 하지만 한문화에 이끌려 제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만주퉁구스어파에 드는 말 대부분이 현재 사라질 위기에 놓인 형편이다. 그것은 다른 여러 까닭도 있겠지만 아마도 독자적인 나라를 이루지 못한 까닭이 제일 클 것이다. 그 말을 쓰는 겨레들이 러시아나 중국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러시아말과 중국말 위세에 눌릴 수밖에 없다.

만주퉁구스어파 말 가운데 중국 네이멍(내몽골)구자치구에서 쓰이는 어웡키말을 살펴보자. 쓰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어윙키말을 지키고자 학교에서 가르치고 민족협회에서 사전을 편찬하고 민담과 노래를 정리하여 보급하고 있지만 힘이 턱없이 모자란다. 이것은 바로 독자적인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큰 나라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딸린 관계로 이들은 중국말을 배워야 하고 또 자치구의 중심말인 몽골말도 배워야 하니 자기 말에 관심을 둘 형편이 더욱 아니다.

이는 자기 말을 지키는 데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우리 겨레는 독립된 나라가 있고, 이를 통해 말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나라의 중요성을 광복을 맞이한 이 8월에 다시금 생각해 본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44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87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824
3392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980
3391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風文 2022.08.15 986
3390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987
3389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994
3388 내색 風文 2023.11.24 1001
338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006
3386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008
3385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009
3384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017
3383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018
338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022
3381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024
3380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026
3379 뒷담화 風文 2020.05.03 1029
3378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1034
3377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035
3376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036
3375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038
3374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038
3373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041
3372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042
3371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0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