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20 20:13

‘시월’ ‘오뉴월’

조회 수 16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월’ ‘오뉴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노래가 있다. 낮은 바리톤 목소리에 유려한 소프라노 화음이 곁들여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고운 선율뿐만 아니라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라는 아름다운 가사 덕에 결혼식 축가로도 자주 불린다.

그런데 이 노래 제목은 왜 ‘십월’이 아니고 ‘시월’일까? ‘십 일, 십 원, 십 점’ 등 ‘열’을 나타내는 한자 ‘十’은 모두 ‘십’으로 읽히는데, ‘월’과 결합할 때만 유독 ‘시월’로 발음한다. ‘유월’도 마찬가지로 ‘육월’이라 하지 않고 ‘유월’이라고 한다.

‘십월, 육월’ 대신 ‘시월, 유월’로 소리를 내는 것은 ‘활음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활음조란 인접해 있는 두 소리를 연이어 발음하기 어려울 때 어떤 소리를 더하거나 빼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소리로 바꾸어서 발음하기 쉽고 듣기 부드러운 소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한글맞춤법’에서는 ‘시월, 유월’의 ‘시’나 ‘유’처럼 한자의 본래 음이 변해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발음이 있다면 그 소리에 따라 적도록 하고 있다. 굳이 그 한자의 본래 발음을 살려 ‘십월’이나 ‘육월’로 적지 않는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말과 그 말을 적은 글이 서로 다르지 않게 하려는 ‘언문일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활음조의 영향으로 본래의 음과 다르게 발음되는 예에는 ‘시월, 유월’ 말고도 ‘오뉴월, 초파일’ 등이 있다. 오월과 유월을 아울러 이를 때에는 ‘오륙월’이나 ‘오유월’이 아니라 ‘오뉴월’로 발음하고 표기해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도 ‘사월 초파일’이라고 하지 ‘초팔일’이라고 하지 않는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4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01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955
3326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188
3325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1191
3324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92
3323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192
3322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195
332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195
3320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197
3319 내일러 風文 2024.01.03 1197
3318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198
3317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201
3316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201
3315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202
3314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202
3313 상석 風文 2023.12.05 1202
3312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205
3311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208
3310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1208
3309 옹알이 風文 2021.09.03 1209
3308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211
3307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218
3306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219
3305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2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