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3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고세’와 ‘푸르지오’

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16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62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578
3326 ‘선진화’의 길 風文 2021.10.15 1178
3325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181
3324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82
3323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182
3322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182
3321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185
3320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187
3319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187
331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1188
3317 상석 風文 2023.12.05 1191
3316 내일러 風文 2024.01.03 1191
3315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194
3314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1194
3313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196
3312 더(the) 한국말 風文 2021.12.01 1198
3311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198
3310 인종 구분 風文 2022.05.09 1205
3309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206
3308 옹알이 風文 2021.09.03 1208
3307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1210
3306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213
3305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12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