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다’
얼마 전 한 홈쇼핑 방송에서 진행자가 “오늘은 ○○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소개시키다’는 평소 자주 듣던 말이다. 그런데 홈쇼핑 방송 진행자가 직접 어떤 상품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므로, ‘소개시키다’는 부적절한 사동 표현이다.
우리말에서 자기 스스로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 남에게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일을 ‘사동’이라 한다. 즉 ‘사동’이란 남에게 어떤 일이나 행동을 ‘시킴’을 나타낸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밥을 먹이다”나 “어머니가 아이에게 밥을 먹게 하다”에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밥을 먹게 함을 뜻하므로 이들은 사동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앞의 예는 ‘먹-’에 결합된 ‘-이-’에 의해, 뒤의 예는 ‘-게 하다’에 의해 사동을 나타낸다. 그 밖에 ‘-시키다’에 의해 사동을 나타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쉬운 설명으로 학생에게 어려운 수학을 잘 이해시키다”에서는 ‘이해’에 결합된 ‘-시키다’에 의해 사동을 나타낸다.
그런데 최근 ‘-시키다’의 사용이 남용 수준에 이르렀다. 사동의 의미가 없는데도 빈번히 ‘-시키다’를 쓰고 있다. ‘소개시키다’, ‘접수시키다’, ‘교육시키다’ 등이 그렇다. 남에게 소개ㆍ접수ㆍ교육하게 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말의 사용은 부적절하다. ‘소개시키다’ 등이 ‘소개하다’ 등을 강조한 말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이었을 적,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이 ‘거짓말시키다’를 쓸 때마다 그것이 ‘거짓말하다’의 잘못임을 지적해 주시곤 했다. 그땐 선생님께서 별것 아닌 것 가지고 괜히 꼰대질(?)을 한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선생이 되어 그런 꼰대질(?)을 계속하고 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
∥…………………………………………………………………… 목록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
서거, 별세, 타계
-
‘수놈’과 ‘숫놈’
-
잡담의 가치
-
말의 권모술수
-
공공 재산, 전화
-
무제한 발언권
-
정치인들의 말
-
군인의 말투
-
상투적인 반성
-
법률과 애국
-
악담의 악순환
-
또 다른 공용어
-
어버이들
-
아무 - 누구
-
어떤 반성문
-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
언어적 주도력
-
외국어 선택하기
-
'미망인'이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