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17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648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30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953
3216 벌금 50위안 風文 2020.04.28 1456
3215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457
3214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461
3213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461
3212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461
3211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463
3210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465
3209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466
3208 지슬 風文 2020.04.29 1468
3207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469
3206 사수 / 십이십이 風文 2020.05.17 1470
3205 ○○노조 風文 2022.12.26 1470
3204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471
3203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471
3202 아카시아 1, 2 風文 2020.05.31 1475
320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476
3200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479
3199 살인 진드기 風文 2020.05.02 1490
3198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490
319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494
3196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494
3195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4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