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 많은 거짓말쟁이 챗GPT, 침묵의 의미를 알까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에 육박할 수 있게 된 건 인간이 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패턴의 발견. 패턴은 반복적 사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정한 양식이자 경향. 어떤 상황을 말로 표현한다고 해 보자. 딱 맞는 하나의 표현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대로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밥’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패턴의 조합이다. 패턴은 유일과 무한대 사이에 난 오솔길.

자기 팔꿈치는 물지 못한다 했던가. 인간은 그 패턴이 무엇인지 소상히 알 수 없다. 말은 술술 하지만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 난처해진다. 인공지능은 그걸 빠르게 발견한다. 이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지, 이 문서가 뭘 다루고 있는지를 안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처럼 그럴싸하게 말을 하게 되었다.

말을 뿜어내도록 만들어진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는 다변증과 허언증을 동시에 앓고 산다. 말 많은 거짓말쟁이. 끝없이 지껄이고, 수시로 거짓말을 한다. 대꾸하지 말래도 기어코 대답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쏘삭이는 인공지능을 다들 기특하고 대견해 한다. 아이야, 너는 어찌 그리 말을 잘하니?

인공지능이 유일하게 못 하는 것은 침묵. 이제 인간에게 남은 거라곤 패턴을 거역할 자유와 입을 닫을 자유 정도밖에 없는가. 인간만이 기성화되고 제도화된 패턴을 벗어나는 시도를 감행한다. 인간만이 할 말을 참고 침묵할 수 있다. 상황과 상대를 살피며 망설이고 뜸을 들일 수도 있다. 나처럼 입만 살아 있는 자는 성능 나쁜 인공지능에 가깝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58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00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087
3124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170
3123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風文 2022.10.28 1173
3122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188
3121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191
3120 꼬까울새 / 해독, 치유 風文 2020.05.25 1193
3119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201
3118 이 자리를 빌려 風文 2023.06.06 1201
3117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202
3116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202
3115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202
3114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203
3113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208
3112 교정, 교열 / 전공의 風文 2020.05.27 1211
311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213
3110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215
3109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216
3108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217
3107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218
3106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218
3105 흰 백일홍? 風文 2023.11.27 1219
3104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223
3103 너무 風文 2023.04.24 122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