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23 13:49

날씨와 인사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날씨와 인사

인사라는 것은 참 특이한 행동이다. 자주 만나거나 드물게 만나거나, 만날 때마다 생략할 수 없는 것이 인사이다. 정중하게 고개 숙이든지, 반가움을 화려한 언변으로 드러내든지, 아니면 그냥 어깨를 툭 치든지, 어떤 방법으로라도 우리는 ‘서로 우호적인 사이’라는 것을 반드시 드러낸다. 말은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인사를 나눌 때 되도록 ‘부정적인 표현’의 말은 피한다. 건강이 어떠냐는 인사에는 대충 괜찮다고 말하면 그만이지 시시콜콜 불편한 부분을 말하지는 않는다. 가족 모두 안녕하시냐는 질문 투의 인사도 덕분에 모두 평안하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 정보의 진위 여부는 인사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에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싶을 때 가장 편한 인사 소재는 역시 ‘날씨’이다. 그날의 날씨로 말문을 열면 거의 부정적 표현을 피할 수 있다. 나에게 추우면 상대방도 춥고 나한테 더우면 상대방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너무 추워졌어요”라고 날씨에 대해 짤막하게만 언급하고 “네, 그러네요” 하며 긍정적인 응답이 나오면서 ‘인사’가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근황이 어떤지 잘 몰라도 건넬 수 있는 좋은 인사말이 된다. 날씨와 아예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북한 쪽에다가 “날씨 이야기라도 좋다”고 언급한 말은 바로 그런 점에서 적절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만나서 미사일 이야기부터 하자고 하면 보나 마나 이런저런 문제로 꼬이기 십상일 것이다. 대개의 인사는 날씨에서 시작해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여러 해 만에 닥친 한파라고 한다. 이 맹추위가 지혜로운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80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19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327
3190 가시집 바람의종 2008.03.15 7345
3189 매발톱꽃 바람의종 2008.03.16 7730
3188 삿갓봉과 관악산 바람의종 2008.03.16 7848
3187 촌수 바람의종 2008.03.16 8290
3186 따발/따발총 바람의종 2008.03.16 7502
3185 별꽃 바람의종 2008.03.16 6080
3184 빌레와 바위 바람의종 2008.03.18 6883
3183 바람의종 2008.03.18 6506
3182 입뇌리·물퉁게 바람의종 2008.03.18 10147
3181 족두리꽃 바람의종 2008.03.19 7215
3180 진고개와 긴고개 바람의종 2008.03.20 7387
3179 어버이 바람의종 2008.03.20 7591
3178 단고기 바람의종 2008.03.20 7380
3177 엉겅퀴 바람의종 2008.03.22 5440
3176 오랫도리 바람의종 2008.03.22 7918
3175 임·님 바람의종 2008.03.24 10610
3174 수표 바람의종 2008.03.24 7321
3173 쐐기풀 바람의종 2008.03.24 6425
3172 구미와 곶 바람의종 2008.03.25 7093
3171 아줌마·아지매 바람의종 2008.03.25 11934
3170 꽝포쟁이 바람의종 2008.03.25 7790
3169 범꼬리 바람의종 2008.03.27 64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