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7 08:58

영어 절대평가

조회 수 13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어 절대평가

외국어를 잘 가르치는 일도 그리 쉽지 않지만, 외국어 능력을 정확하게,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은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대학 입시에서 외국어 시험을 출제하고 평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고통스럽고 이론적으로도 매우 고민스러운 작업이다.

외국어 학습, 구체적으로 영어 공부 같은 것은,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환경’이 더 큰 역할을 하기에 문제가 많다. 다시 말해서 영어 원어민과 접촉을 많이 할 수 있으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그 외국어에 ‘노출’된다고 말한다. 외국어에 노출시키는 것은 학습자 개인의 노력보다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쉽다. 이것은 ‘교육적’으로는 매우 큰 문제가 된다. 부자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저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기본이었다. 이럴 때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영어 능력 향상에 그리 강하게 투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말하는 능력’을 중시하면서부터 이렇게 교육 외적인 요소가 더 강한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또 ‘실제로 말하는 능력’에는 지능이나 지식의 영향보다는 감성과 교감 능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지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부모의 재력을 평가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다음번 수능시험에서부터는 영어 과목이 절대 평가로 바뀌게 되었다. 다행히 합리적인 대안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교 영어 교육이 무한 경쟁으로 튀어나가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단단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기초를 탄탄하게 하도록 하고 대학에서의 ‘전문 영어’는 더 강화해야 한다. 전문 영어는 상대적으로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 오히려 전공 분야에 대한 열정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훨씬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60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26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007
3370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風文 2022.09.21 1376
3369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1379
3368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1381
3367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381
3366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384
3365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86
3364 언어의 혁신 風文 2021.10.14 1390
3363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391
3362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391
3361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396
3360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397
3359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1398
3358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398
3357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403
3356 쓰봉 風文 2023.11.16 1407
3355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1410
335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1412
3353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413
3352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417
3351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419
3350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421
3349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4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