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2 11:12

영어의 힘

조회 수 131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어의 힘

16세기, 우리가 임진왜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만 해도 영어는 그저 그런 여러 언어 가운데 하나였다. 그 이후 약 300여 년 동안 영어는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 이전의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이 누렸던 국제적 매개 기능을 영어가 넘겨받은 것이다. 그 힘의 원천은? 당연히 경제력과 군사력이 그 바탕이었다.

영국의 힘은 20세기에 들어오며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 후계자는, 영어를 위해서라면 지극히 다행스럽게, 미국이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새로운 패권을 향유했다. 미국은 각종 대외원조, 군사동맹, 국제기구 등을 주도하며 수많은 나라의 지도부에 동료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유학생들을 받아 온 세계에 ‘보편적 지식인’들을 퍼뜨렸다. 즉 영어는 지식인들의 보편적 언어로 등극한 것이다.

영어는 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오락의 언어로 변신했다. 잘 놀기 위해서도 영어가 필요해진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정보 기술의 발전은 영어의 패권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컴퓨터 자판의 기본 배열을 영어식 알파벳으로 삼아서 여러 변종 알파벳을 배제한 것이다. 또 각종 컴퓨터 활용 프로그램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는 영어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는 대단히 힘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영어는 또 한 가지의 힘을 자랑한다. 바로 시장의 힘이다. ‘영어’라는 언어, 아니 ‘과목’은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교육 상품’이다. 많은 소수언어들이 변두리로 밀려났다. 그러다 보니 지구상의 수많은 언어들 가운데 영어는 일종의 황소개구리 구실을 한다. 언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험한 종으로 지적받는 것이다. 물론 늘 비판만 할 것은 아니다. 영어의 패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아가기도 한다. 위기가 가장 큰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17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369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8569
3326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345
3325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346
3324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349
3323 주어 없는 말 風文 2021.11.10 1354
3322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354
3321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1354
3320 상석 風文 2023.12.05 1355
3319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1357
3318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358
3317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359
3316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361
3315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1362
3314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1364
3313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1364
3312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366
3311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69
3310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369
3309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370
3308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370
3307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373
3306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373
3305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13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