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09 13:48

인종 구분

조회 수 15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종 구분

‘인종’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종류를 구분해 보려고 만든 단어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어휘’이다. 사람을 제대로 분류해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숱한 혐오감과 고정관념을 만들어내어 많은 갈등과 분쟁의 씨앗만 뿌렸다. 그 판단 기준도 문화권에 따라 서로 다르다.

어떤 한국 여성이 독일 남성과 결혼하여 아기를 낳았다. 어머니 쪽 친척들은 그 아기의 눈이 푸른색인 것을 보고는 꼭 아빠를 닮았다고들 했다. 반면에 아빠 쪽 친척들은 아기의 광대뼈가 살짝 올라온 것을 보고는 엄마를 고대로 닮았다고들 했다. 서로 다른 부분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머지않아 겨울올림픽도 열린다고 하니 미리부터 걱정되는 바가 있다. 아마 훌륭한 기량을 보여서 메달을 딴 선수가 유럽계 여성일 경우에는 틀림없이 ‘푸른 눈의 미녀 선수’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이다. 종종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유럽계 수녀들한테도 ‘푸른 눈의 천사’라는 표현이 나타나곤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푸른 눈’이 ‘미인’이나 ‘천사’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번 겨울올림픽에는 유난히도 한국 대표팀에 귀화 선수들이 많다. 따라서 언론 보도나 중계방송에서 예민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황당한 표현이 나올 가능성이 퍽 많다. 또 일부는 해외로 이주했던 이들의 자녀가 다시 고국에 귀화해서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너무 뜨거운 국수주의적 표현이 난무하는 곳이 경기장인데 무슨 말실수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피부색과 눈의 빛깔은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데 아무런 기준이 되지 못한다. 오로지 그런 말을 한 사람의 편견과 무지만 드러낼 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60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30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969
3370 호래자식(후레자식) 바람의종 2007.04.27 15057
3369 호두까기 인형 바람의종 2010.05.29 11629
3368 호두과자 바람의종 2008.04.10 9729
3367 호남 바람의종 2007.09.29 9243
3366 호나우두(Ronaldo)와 호날두(Ronaldo) 바람의종 2010.02.28 12821
3365 호꼼마씸? file 바람의종 2010.03.07 8725
3364 호구 바람의종 2010.08.17 10512
3363 호구 바람의종 2007.09.26 11567
3362 호구 바람의종 2007.09.28 8589
3361 형제자매 바람의종 2008.01.26 11777
3360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834
3359 형극 바람의종 2007.09.23 12600
3358 바람의종 2007.09.22 9322
3357 혈혈단신, 이판사판 바람의종 2008.07.02 7908
3356 혈혈단신 바람의종 2010.07.17 12280
3355 혈혈단신 바람의종 2007.12.24 7770
3354 혈구군과 갑비고차 바람의종 2008.06.03 9065
3353 현수막, 횡단막 바람의종 2008.08.08 8505
3352 현수막, 펼침막 바람의종 2012.04.19 11820
3351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747
3350 헷갈리는 받침 바람의종 2010.08.03 10876
3349 헷갈리는 맞춤법 風文 2024.01.09 25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