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52

외래어의 된소리

조회 수 9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래어의 된소리

한때 국민 점심 ‘짜장면’의 바른 표기가 ‘자장면’이었던 적이 있었다.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안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둘 다 인정을 받는다. 다행히 ‘짬뽕’과 ‘껌’은 굳어진 관행으로 인정을 받아서 굳이 ‘잠봉’이나 ‘검’으로 적을 필요가 없었다. ‘짬뽕하다’라든지 ‘껌값’ 등의 파생어가 생겨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우리의 언어 현실에서는 사실 외래어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외래어 표기 규범과 충돌된다. 자연히, 표기할 때는 부드러운 예사소리로, 발음할 때는 익숙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글 쓸 때는 ‘버스, 가스’, 말할 때는 ‘[뻐스], [까스]’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독한 ‘빼갈’ 마실 때는 된소리로 말하고, 사전을 찾을 때는 ‘배갈’을 찾아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아예 예사소리로 발음하면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뒷배가 든든한 사람을 가리켜 ‘빽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백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냥 멍해진다.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거나 미리 잡은 일정이 취소됐을 때 또 낙제 학점이 나왔을 때, [빵꾸]가 났다고들 하는데, 길거리의 정비공장에는 ‘빵구’라고 씌어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는 대개 ‘펑크’라고 표기된다. 세 가지의 변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통속적으로 사용되는 외래어를 엄격한 표기 규범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를 쓰면 쓸수록 규정의 이상과 언어의 현실 사이의 틈만 벌어진다. 이렇게 통속적 경로로 들어온 외래어는 규정에 ‘관습적 형태’라고 해서 따로 인정해주는 편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표준어 관리자도, 언어 사용자들도 편해진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59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03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098
3146 진안주 바람의종 2010.10.30 13997
3145 고주망태 風磬 2006.09.21 13997
3144 북한의 국화는 목란꽃 바람의종 2010.01.18 13995
3143 한식 요리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0.08.19 13970
3142 자문을 구하다? 바람의종 2010.05.05 13963
3141 올곧다 바람의종 2007.03.03 13959
3140 여보 바람의종 2010.07.05 13956
3139 금세, 금새 / 여태, 입때 / 늘상, 항상 바람의종 2008.12.15 13952
3138 제비초리 바람의종 2007.03.23 13942
3137 도매급으로 넘기다 바람의종 2010.04.24 13941
3136 우려먹다(울궈먹다) 바람의종 2007.03.03 13913
3135 이녁 바람의종 2007.03.15 13900
3134 응큼, 엉큼, 앙큼 바람의종 2010.01.14 13895
3133 쌍거풀, 쌍가풀, 쌍꺼풀, 쌍까풀 바람의종 2012.07.27 13877
3132 참고와 참조 바람의종 2010.08.03 13872
3131 학부모 / 학부형 바람의종 2010.09.29 13833
3130 늑장, 늦장/터뜨리다, 터트리다/가뭄, 가물 바람의종 2008.12.27 13824
3129 입추의 여지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28 13819
3128 안정화시키다 바람의종 2012.04.23 13810
3127 슬라이딩 도어 바람의종 2011.01.30 13808
3126 앙갚음, 안갚음 바람의종 2011.11.27 13806
3125 마스카라 바람의종 2010.06.20 1379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