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6 20:54

정당의 이름

조회 수 13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정당의 이름

선거철이 다가오면 특이한 현상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툭하면 당적을 옮기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이 나타나거나 새로운 정당, 혹은 이름을 바꾸는 정당이 나타난다. 하나의 정당이 나뉘어 둘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딱히 들지는 않지만 법적으로는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새로 생긴 ‘당의 이름’을 들어보니 우리 정당들의 문제가 함께 떠오른다. 전통적으로 정당의 이름은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책과 같은 일정한 ‘방향성’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것은 유권자들에게 자기 정체성과 정치적 지향에 대한 일종의 ‘언약’의 구실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정치적 방향보다는 우선 듣기 그럴듯한 이름을 선택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정치적 성격을 슬며시 감추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기존의 정치 이념이 유권자들한테 불신을 받았던 탓일 것이다.

무릇 정당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정직하게 내보이고 집권한 후에도 애초의 강령에 맞추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을 때 ‘바른 정치’가 가능하다. 당의 이름과 강령에 비추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듣기 좋은 정당이거나 아무 정당이나 써도 괜찮은 두루뭉술한 이름, 무슨 노선인지 알기 어려운 아리송한 이름들은 엄밀히 말해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잘못된 이름들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정당의 이름은 이미 시장화되고 상품화되어버렸다.

과자 이름을 보면 괜스레 맛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지,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이름에 드러내지 않는다. 정당이 자기 속성과 성분을 당당히 드러내지 않고 과자처럼 달콤한 이름을 쓰려 한다는 것은 정치의 정석을 걷지 않으려 하는 신호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노선은 그저 ‘기회주의’에 불과하다. 올바른 정치는 올바른 이름에서 비롯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339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4965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8Oct
    by 風文
    2023/10/08 by 風文
    Views 1300 

    금새 / 금세

  5. No Image 08Oct
    by 風文
    2023/10/08 by 風文
    Views 1301 

    아니오 / 아니요

  6. No Image 25Jan
    by 風文
    2022/01/25 by 風文
    Views 1302 

    법과 도덕

  7. No Image 09Jun
    by 風文
    2022/06/09 by 風文
    Views 1302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8.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1303 

    ‘선진화’의 길

  9. No Image 21Jan
    by 風文
    2022/01/21 by 風文
    Views 1303 

    야민정음

  10. No Image 11Jul
    by 風文
    2022/07/11 by 風文
    Views 1303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11. No Image 30May
    by 風文
    2020/05/30 by 風文
    Views 1306 

    매뉴얼 / 동통

  12. No Image 10Jun
    by 風文
    2022/06/10 by 風文
    Views 1306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13.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1307 

    과잉 수정

  14. No Image 13Jun
    by 風文
    2022/06/13 by 風文
    Views 1308 

    개념의 차이, 문화어

  15. No Image 22Jul
    by 風文
    2022/07/22 by 風文
    Views 1308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16. No Image 13Apr
    by 風文
    2023/04/13 by 風文
    Views 1309 

    '김'의 예언

  17. No Image 28Jan
    by 風文
    2022/01/28 by 風文
    Views 1310 

    외래어의 된소리

  18. No Image 26Jan
    by 風文
    2022/01/26 by 風文
    Views 1311 

    정당의 이름

  19. No Image 27May
    by 風文
    2020/05/27 by 風文
    Views 1313 

    교정, 교열 / 전공의

  20.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1315 

    난민과 탈북자

  21. No Image 22Dec
    by 風文
    2023/12/22 by 風文
    Views 1315 

    '-시키다’

  22. No Image 05Jul
    by 風文
    2022/07/05 by 風文
    Views 1316 

    우방과 동맹, 손주

  23. No Image 15Nov
    by 風文
    2023/11/15 by 風文
    Views 1316 

    저리다 / 절이다

  24.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1317 

    날씨와 인사

  25. No Image 08Sep
    by 風文
    2022/09/08 by 風文
    Views 1317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