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08 23:49

공공 재산, 전화

조회 수 6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공공 재산, 전화

서비스업에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어가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고 보면 서비스업은 일종의 언어적 노동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육체노동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몸을 다칠 가능성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에서, 아니 언어적 노동에서 ‘노동 안전’처럼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언어 예절’이다. 언어 예절을 훼손하면 마음에 상처를 깊이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 예절을 달리 말하면 ‘안전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상처를 받지 않는 그러한 언어 말이다.

특히 전화를 이용하여 언어적인 서비스를 하려면 서비스 제공자도 고객도 언어의 질서와 규율을 아주 잘 지켜야 한다. 이에 어긋나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툼과 갈등도 벌어진다. 서로 마주 보는 대화에서는 표정까지도 신경이 쓰이게 마련인데 얼굴도 안 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을 함부로 하기 쉽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이런 익명성을 악용한 사례가 자주 생긴다. 특히 상대방이 ‘항상 친절하게 말을 해야 하는’ 전화 상담자들일 경우에 더욱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콜센터 같은 곳에서 자주 경험한다는 이른바 ‘전화 갑질’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전화 단말기가 개인 소유물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전화와 관련된 시설물과 전파는 엄연히 공적인 재산이다. 이렇게 사회적 공유물이기도 한 전화로 욕설을 퍼붓거나 모욕을 하는 짓은 당연히 법적인 제재가 따라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남의 재산을 훔치는 짓이라면 전화 갑질은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위험한 짓이다. 공공 도로에서 노점을 차리거나 마음대로 주차를 해보자. 다친 사람이 전혀 없어도 단속의 대상이 된다. 전화 갑질은 그냥 재수 없는 일 당했다고 우물우물 지나칠 일이 절대 아니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652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306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8113
3370 자웅을 겨루다 바람의종 2008.01.28 20759
3369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바람의종 2012.08.16 20712
3368 잔떨림 윤안젤로 2013.03.18 20675
3367 찰라, 찰나, 억겁 바람의종 2012.01.19 20468
3366 고수레 風磬 2006.09.18 20447
3365 외래어 합성어 적기 1 바람의종 2012.12.12 20401
3364 뒤처리 / 뒷처리 바람의종 2008.06.07 20360
3363 옴쭉달싹, 옴짝달싹, 꼼짝달싹, 움쭉달싹 바람의종 2010.08.11 20307
3362 회가 동하다 바람의종 2008.02.01 20254
3361 가늠하다, 가름하다, 갈음하다 바람의종 2011.12.30 20229
3360 요, 오 風磬 2006.09.09 20106
3359 어떠태? 바람의종 2013.01.21 20071
3358 배알이 꼬인다 바람의종 2008.01.12 20022
3357 역할 / 역활 바람의종 2009.08.27 19939
3356 진무르다, 짓무르다 바람의종 2010.07.21 19882
3355 에요, 예요 風磬 2006.09.09 19825
3354 조개 바람의종 2013.02.05 19810
3353 봄날은 온다 윤안젤로 2013.03.27 19806
3352 베짱이, 배짱이 / 째째하다, 쩨제하다 바람의종 2012.07.02 19762
3351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윤안젤로 2013.03.28 19740
3350 기가 막히다 바람의종 2007.12.29 19690
3349 매기다와 메기다 바람의종 2010.03.12 195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