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4 17:37

군인의 말투

조회 수 9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군인의 말투

한국어는 꽤 복잡한 경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상대방의 지위 같은 사회적 우열에 기초한 말투의 층위가 있다. 보통 높은 격식을 차리는 딱딱한 표현을 ‘합쇼체’라 이르고, 좀 부드럽게 격식을 차리는 말투를 ‘해요체’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대부분 해요체를 사용하면서 공식적인 일을 처리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리고 매우 친근한 관계에 있거나 압도적인 우위에 있을 경우에는 가장 편한 ‘반말’을 쓴다.

예부터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은 잘 알려져 있듯이 딱딱한 합쇼체를 쓰게 되어 있었다. 반면에 민간 사회에서는 날이 갈수록 모든 일의 진행이 ‘소프트하게’, 곧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합쇼체보다는 해요체를 더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속칭 ‘다나까체’라고도 하는 이 합쇼체는 마치 군인 전용의 말투인 것처럼 인식된 면도 있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모의 군사훈련을 방영하면서 그 말투의 차이가 민간인들에게 크게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두 가지 말투의 병존 현상이 많이 극복될 것 같다. 이제는 군대에서도 ‘사석에서는’ 해요체를 인정한다고 하는 소식이다. 이리되면 공석에서는 합쇼체, 사석에서는 해요체, 두 가지의 양식으로 분화될 것이다. 그러면서 군대 사회의 말투와 민간 사회의 말투가 서로 다른 편차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막상 현역으로 근무하는 군인들한테는 공석이나 사석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군복을 입고는 있지만 ‘군 복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공적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며, 그래서 군 복무자들이 사사로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며 근무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는 면에서는 진일보한 변화로 맞아들일 수 있다. 이른바 ‘군대 생활’이라는 명분에다가 군인 신분의 ‘인신 구속’을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요한 수확인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23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75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671
3106 노가리 바람의종 2010.04.10 13715
3105 삼박하다 風磬 2006.12.26 13712
3104 인구에 회자되다 바람의종 2008.01.27 13705
3103 앳띠다 바람의종 2010.08.07 13700
3102 훈훈하다 바람의종 2007.11.09 13693
3101 모기버섯, 봉양버섯 바람의종 2009.11.19 13687
3100 여염집 바람의종 2007.05.17 13677
3099 효시 바람의종 2007.10.08 13653
3098 흐리멍텅하다 바람의종 2009.11.09 13612
3097 ‘꾹돈’과 ‘모대기다’ 바람의종 2010.05.09 13600
3096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바람의종 2007.08.31 13584
3095 휘하 바람의종 2007.10.09 13576
3094 기구하다 바람의종 2007.05.06 13555
3093 '~어하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4.18 13552
3092 가늠,가름,갈음 바람의종 2010.03.23 13548
3091 "정한수" 떠놓고… 1 바람의종 2008.04.01 13547
3090 해장 바람의종 2012.07.23 13545
3089 X-mas 바람의종 2011.12.26 13542
3088 언어 분류 바람의종 2007.10.06 13535
3087 하릴없이, 할 일 없이 바람의종 2012.10.30 13530
3086 절절이 / 절절히 바람의종 2010.02.22 13522
3085 벌이다와 벌리다 바람의종 2010.04.06 135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