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5.03 02:17

뒷담화

조회 수 11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뒷담화

  20세기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열린 ‘전국 민속놀이 경연대회’ 중계방송 때 생긴 일이다. 땅 위에서 펼쳐지는 민속놀이를 보여주던 카메라가 하늘을 비추었다. 흰 구름을 배경으로 온갖 연들이 휘영청 떠 있는 장면이 나오자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양한 연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멋진 문양의 방패연과 가오리연, 그리고 그 뒤에는 ‘쌍연’이 날고 있습니다.” 쌍룡(용 두 마리), 쌍알(노른자가 두 개 있는 달걀)처럼 ‘둘씩 짝을 이룬 것’을 ‘쌍-’이라 하니 나란히 붙어 나는 연 두개를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하필 발음이 [쌍년]이었다. 시청자 항의가 없지 않았던 그때, 뒷감당을 어찌 했는지 뒷얘기는 듣지 못했다.

    지난 주말 방송 뉴스에 ‘뒷담화’가 등장했다. ‘사실로 믿고 한 뒷담화, 명예훼손 해당 안 된다’는 기사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직장 내 뒷담화 명예훼손’, ‘상사 비리 뒷담화’처럼 ‘뒷담화’를 제목에 올린 곳이 대부분이었다. ‘비리를 저질렀다고 험담을 한 혐의’(ㅅ경제신문), ‘사실로 믿은 험담 명예훼손 아니다’(ㅈ일보)처럼 ‘험담’으로 다룬 매체는 별로 없었다. 국립국어원은 ‘뒷담화’를 두고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서 표준어로 보기 어렵다” 했다.(온라인 가나다, 2011년 2월)

‘뒷담화’는 '뒷다마'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온 것이고 비속한 느낌이 강해 ‘-다마’ 대신 발음이 비슷한 ‘담화’를 붙여 만든 말로 본다.(<한겨레> 2006년 8월24일치) ‘정론지’나 ‘공영방송’에서 쓰기에는 격이 낮은 ‘뒷담화[뒫땀화]’는 ‘뒷다마[뒫따마]’처럼 잘못 발음하거나 달리 들릴 수 있다. ‘쌍연[쌍년]’처럼 방송매체에서는 특히 가려 써야 할 표현인 것이다. <우리말 나들이>가 2011년 초 방송에서 “비속어인 ‘뒷담화’는 ‘뒷말’이나 ‘뒷소리’로 다듬어 쓰자”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41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07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8891
3172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550
3171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552
3170 ‘~스런’ 風文 2023.12.29 1552
3169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553
3168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553
3167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555
3166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556
3165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1559
3164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風文 2022.06.02 1560
3163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562
3162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563
3161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563
3160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566
315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風文 2022.02.01 1567
3158 정치의 유목화 風文 2022.01.29 1574
3157 지식생산, 동의함 風文 2022.07.10 1574
3156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579
3155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580
3154 오염된 소통 風文 2022.01.12 1581
3153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581
3152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581
3151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5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