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25 05:13

'우레'가 운다

조회 수 7844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레'가 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꽃'의 생성 비밀을 소재로 인생과 우주를 노래한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일부다. 인용한 시어 '천둥'과 같은 의미로 쓰는 우리말 중에 '우레'가 있다. '우레라니? 우뢰(雨雷)가 맞을 텐데'하며 미심쩍어하는 독자도 있을 게다. '우레'는 '하늘이 운다(鳴)'는 뜻에서 유래했다. '울다'의 어간 '울-'에 접사 '게'가 붙어 '울게'가 성립되고, 다시 '-ㄹ'아래에서 ㄱ이 탈락해 '울에'가 되는데, 여기서 앞글자 ㄹ받침이 뒷글자 첫소리에 붙어 '우레'가 된 것이다.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한자어 '비 우(雨), 천둥 뢰(雷)'에 이끌려 '우뢰'를 표준어로 사용했었다. 우리 옛말인 '우레'가 한자어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으나 이제는 '천둥'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우레'가 살아나면서 한자어 '우뢰'는 표준말 자격을 상실했다.

참고로 천둥은 한자어 '천동(天動)'이 원말인데 호도(胡桃)→호두, 통소(洞簫)→퉁소, 장고(杖鼓/長鼓)→장구 등의 예에서 보듯 한자 모음 'ㅗ'가 'ㅜ'로 변해 우리말이 된 경우다. 세찬 비바람 뒤에 오는 무서운 소리 '천둥'과 '우레'가 아름다운 창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말 바루기의 숙제도 안겨줬다.

김준광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41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002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991
70 (공장)부지 바람의종 2007.10.13 7722
69 '첫'과 '처음' 바람의종 2008.09.18 8755
68 '지'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05 9188
67 '전(全), 총(總)'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27 15059
66 '작'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10.01 10598
65 '자처'와 '자청' 바람의종 2011.05.01 9129
64 '이/가' '을/를' 바람의종 2009.03.27 5610
63 '이' '히' 거참 헷갈리네 바람의종 2008.07.03 7065
» '우레'가 운다 바람의종 2008.05.25 7844
61 '연륙교'의 발음은? 바람의종 2012.01.06 10761
60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바람의종 2008.06.22 5555
59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下) 바람의종 2008.06.23 5999
58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上) 바람의종 2008.06.21 6867
57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바람의종 2008.04.22 9860
56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609
55 '숫'을 쓰는 동물 바람의종 2012.09.25 10052
54 '상(上)'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2.06.13 10237
53 '사과'의 참뜻 / 사람의 짓 風文 2020.07.14 2100
52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664
51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555
50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329
49 '밖에'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16 109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