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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덜쓰기/최인호
 
말글찻집


경우(境遇), 경위(涇渭)는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리나 도리 또는 그것을 가리는 힘’을 일컬을 때 그렇다. 경위(經緯)는 ‘날줄·씨줄’에다 ‘일의 앞뒤 됨됨이’를 가리킨다.


‘경우가 밝은 사람’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 ‘그런 경우가 어딨냐’에서 ‘경우’는 ‘경위’(逕渭)로도 쓸 수 있다. ‘경위서·경위를 밝히다’에서는 경위(經緯)가 된다. 전통 국어사전에서는 ‘경우’와 ‘경위’가 섞갈려 쓰이면서 ‘경우’에 ‘이치·도리’란 뜻이 덧붙어 쓰이는 것으로 보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경우’의 첫째 뜻으로 ‘사리나 도리’라 풀고 있다.


요즘은 이런 쓰임조차 잘 보이잖고 “그 경우, -의 경우, -ㄴ(-은·-는) 경우, -ㄹ 경우”로 써댄다. “만일의 경우, 최악의 경우, 대개의 경우, 이런 경우, 비가 올 경우 …” 들이 그렇다. 그 까닭은 뭔가?


우스개로 한상범 님(헌법학) 말을 한마디 딴다. “민사소송법의 대가로 통했고 대학 교수와 대법원장을 역임한 이아무개는 동경대학 교수 가네코 하지매의 책을 번역하면서, 우리말로 ‘경우’라는 뜻의 일본말인 ‘장합’(場合)을 그대로 한자 ‘장합’(場合)이라 옮겨 수험생들이 ‘장합’이란 법률용어가 무엇인지 몰라 쩔쩔매게 했다.”(내가 겪은 격동 60년)


일본말 ‘-の 場合’을 ‘-의 경우’로 번역하면서 ‘-ㄴ 경우, -ㄹ 경우’ 들로 급속히 번져 쓰게 됐으며, 이는 또 영어(case, in case, an occasion, time, circumstances, conditions, situation, an instance)를 마냥 ‘경우’나 ‘-의 경우’ 로 공부한 까닭에 어른아이 가리지 않고 쓴다.


사실 ‘-의 경우’가 아예 필요 없거나(만일의 경우, 대개의 경우 → 만일, 대개), 이음끝으로 쓰거나(비가 올 경우, 실패할 경우 → 비가 오면, 실패하면), 주격토 ‘은·는’으로 바꿔(전자의 경우 → 전자는·앞은) 쓰면 자연스럽다. ‘경우’를 ‘때’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최악의 경우, 저런 경우 → 최악일 때, 저런 때)


 



△조정규정 제3조 제1항에 의거하여 도메인이름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별지 1호의 서식을 따라야 한다. 법인의 경우에는 법인등기등본과 대표자 주민등록등본, 개인인 경우에는 주민등록등본 등 → 조정규정 제3조 1항을 근거로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 신청서를 낼 때는 별지 ~. 법인이면 법인등기등본과 ~, 개인은 주민등록등본 등.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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