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1.15 16:22

등용문

조회 수 1805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등용문


“‘집채만 한 파도’와 ‘집채를 덮을 만한 파도’의 차이점, 구분되세요?” 국립국어원이 새해 들어 펴낸 <쉼표, 마침표.>에 실은 글의 제목이다. 조사와 보조사는 앞말에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는 걸 설명한 글이다. 앞 문장의 ‘만’은 보조사, 뒤 문장의 ‘만’은 의존명사이니 띄어쓰기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말 띄어쓰기 구별은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아버지의 집은 ‘작은집’으로 붙여 쓰지만, 규모가 작은 집은 ‘작은 집’으로 띄어 써야 하니 말이다.

글쓰기에 띄어쓰기가 있다면 말하기에는 끊어 읽기가 있다. 끊어 읽기는 현행 어문규정에 정리되어 있는 게 없으니 띄어쓰기보다 더 까다롭다. 같은 기사나 원고로 뉴스를 내보내고 낭독을 해도 사람에 따라 끊어 읽기가 달라지는 현상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끊어 읽으려면 어절보다 뜻에 따른 ‘의미절’을 따져야 한다. 지구 온난화 방지 협약의 하나인 ‘교토의정서’를 ‘교토의 정서[교토에 정서]’로 잘못 말한 방송 진행자가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도 문장의 뜻을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송을 비롯한 입말의 세상에서는 띄어쓰기보다 중요한 게 끊어 읽기이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인 <레미제라블>의 원제목은 ‘Les Miserables’로 ‘불쌍한(비천한) 사람들’이니 뜻에 따라 끊어 읽으면 ‘레-미제라블’이다. ‘레미-제라블’이 아닌 것이다.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여주인공 ‘프리마돈나’(prima donna)는 ‘제1의 여인’이란 뜻이니(브리태니커) ‘프리마-돈나’가 된다. 신라 화랑인 ‘기파랑’(耆婆郞)을 기린 향가는 ‘찬-기파랑-가’(讚---歌), 죽은 누이(亡妹)를 위한 향가는 ‘제-망매-가’(祭--歌)로 읽는 게 맞다. ‘잉어가 황허강 상류의 용문(龍門)을 오르면(登) 용이 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등용문’은 그래서 ‘등-용문’으로 끊어야 제 뜻에 어울리는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3700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028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5278
    read more
  4. 봄날은 온다

    Date2013.03.27 By윤안젤로 Views19889
    Read More
  5. 잔떨림

    Date2013.03.18 By윤안젤로 Views20775
    Read More
  6. 조개

    Date2013.02.05 By바람의종 Views19853
    Read More
  7. Date2013.01.25 By바람의종 Views17905
    Read More
  8. 어떠태?

    Date2013.01.21 By바람의종 Views20124
    Read More
  9. 등용문

    Date2013.01.15 By바람의종 Views18055
    Read More
  10. 두루 흐린 온누리

    Date2013.01.04 By바람의종 Views21054
    Read More
  11. 감질맛, 감칠맛

    Date2012.12.24 By바람의종 Views30562
    Read More
  12. 피랍되다

    Date2012.12.21 By바람의종 Views24176
    Read More
  13. 통음

    Date2012.12.21 By바람의종 Views21334
    Read More
  14. 상봉, 조우, 해후

    Date2012.12.17 By바람의종 Views22049
    Read More
  15. 폭탄주! 말지 말자.

    Date2012.12.17 By바람의종 Views19197
    Read More
  16. 외래어 합성어 적기

    Date2012.12.12 By바람의종 Views20471
    Read More
  17. 온몸이 노근하고 찌뿌둥하다

    Date2012.12.12 By바람의종 Views24254
    Read More
  18. 미소를 / 활기를 / 운을 띄우다

    Date2012.12.12 By바람의종 Views38139
    Read More
  19. 자잘못을 가리다

    Date2012.12.11 By바람의종 Views25962
    Read More
  20. 수뢰

    Date2012.12.11 By바람의종 Views17990
    Read More
  21. 금도(襟度)

    Date2012.12.10 By바람의종 Views17761
    Read More
  22. 박물관은 살아있다 2

    Date2012.12.10 By바람의종 Views23871
    Read More
  23. 달디달다, 다디달다

    Date2012.12.05 By바람의종 Views21430
    Read More
  24. 썰매를 지치다

    Date2012.12.05 By바람의종 Views21619
    Read More
  25. 자처하다, 자청하다

    Date2012.12.04 By바람의종 Views2622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