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5 00:50

구미와 곶

조회 수 7255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구미와 곶

<표준국어대사전>에, ‘곶’은 ‘바다로 뻗어나온 모양을 한 곳’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렇다면 ‘곶’은 해안에만 있는 땅이름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갈곶·갈고지·돌곶·돌고지’ 등은 바닷가가 아닌 곳에서도 흔히 보이는데, 두루 ‘곶’이 들어 있다.

우리말에서 ‘곶’은 ‘구무[굼]’와 마찬가지로 ‘움푹 파인 곳’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이는 바닷가뿐만 아니라 내륙에서 움푹 파여 배를 대기 편한 곳에 ‘곶’을 붙인 데서도 알 수 있다. ‘곶’은 ‘고시’(古尸), ‘고자’(古自), ‘고차’(古次), ‘홀차’(忽次) 등으로 쓰였다. 백제 때 전남 장성군은 ‘고시리’(古尸伊)였으며, 신라 때 경남 고성군은 ‘고자미동국’(古資彌東國), 경기 안산은 ‘고사야홀차’(古斯也忽次)였다. ‘홀차’가 ‘구’(口)로 바뀌기도 하는데, ‘고사야홀차’는 ‘장항구’(獐項口)로, ‘요은홀차’(要隱忽次)는 ‘양구’(楊口)로 바뀌었다.

‘곶’은 다른 꼴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지’와 ‘구지’는 ‘곶’에 ‘이’가 붙어 된 말이며, 첫소리를 된소리로 내면 ‘꾸지’가 된다. 여수 지역의 ‘송고지·숫구지·일중구지·문꾸지’ 등은 ‘곶’의 이형태가 붙은 땅이름이다. 여기선 ‘곶’ 대신 ‘구미’가 붙은 곳도 제법 발견된다. ‘망구미·온구미’의 ‘구미’도 ‘곶’의 이형태들이다. <난중일기>에 보이는 ‘군영구미·이진구미’ 등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굽다’의 이름꼴인 ‘구비’가 ‘구지’에 이어져 생긴 꼴이다. 이 또한 ‘곶’이 ‘구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13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6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534
3194 ‘~스런’ 風文 2023.12.29 1336
3193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1336
3192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339
3191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339
3190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339
3189 ‘이’와 ‘히’ 風文 2023.05.26 1343
3188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344
3187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346
3186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349
3185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349
3184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351
3183 돼지껍데기 風文 2023.04.28 1354
3182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355
3181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356
3180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356
3179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357
3178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360
3177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362
3176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363
3175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風文 2022.07.07 1366
3174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371
3173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3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