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07 11:48

도내와 섬안

조회 수 6491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도내와 섬안

해안 지방이 아닌 곳에 ‘섬’과 관련된 땅이름이 붙어 있음은 특이한 일이다. 경북 문경 가은읍의 ‘도내’(島內)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도리’(島里) 들이 그렇다. 이런 땅이름은 ‘섬’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섬’을 뜻하는 한자 ‘도’(島)가 쓰인 까닭은 뭔가?

내륙 쪽에 나타나는 ‘섬’과 관련된 땅이름은 대체로 굽이진 강물과 관련이 있다. 달리 말해 ‘도내’나 ‘도리’는 굽이진 강의 안쪽에 있는 마을을 뜻한다. 여기서 ‘도’는 ‘돌다’라는 뜻을 지닌다. 곧 물이 돌아 흐른다는 뜻의 ‘도는 마을’이라는 말이다. ‘도는 마을’은 ‘돌말’이라는 합성어를 이루기도 하며, ‘돌내’나 ‘도내’로 굳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도’에 해당하는 한자인 ‘도’(島)가 나타나게 되며, 이를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서 ‘섬안’이라는 땅이름까지 나온다.

이처럼 ‘도내’가 ‘섬안’으로 변하게 되면, 왜 이런 땅이름이 생겨났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돌이 거의 없는 곳인데도 ‘돌머루’라는 땅이름이 생기거나 ‘석천’(石川)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심지어는 복숭아 산지도 아닌데 ‘도내’(桃內)라는 한자가 쓰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섬안’이나 ‘석천’이 생성되는 원리와 같다. 영월군 주천면의 ‘도천’(桃川)은 후삼국 때 ‘도내부곡’(刀乃部曲)이었다. ‘도내’가 ‘도천’으로 바뀌고서, 조선 선비 성임이 신선의 복숭아를 따서 임금께 바치고 장수를 빌며 신선 만나기를 축원했다는 얘기가 덧붙은 것은 자연스런 일인 셈인가?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41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96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836
3216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523
3215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524
3214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525
3213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525
3212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525
3211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1526
3210 ○○노조 風文 2022.12.26 1526
3209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529
3208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533
3207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533
3206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535
3205 도긴개긴 風文 2023.05.27 1539
3204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540
3203 정치인의 애칭 風文 2022.02.08 1543
3202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544
3201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544
320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風文 2022.01.13 1552
3199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552
3198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1555
3197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556
3196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557
3195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5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57 Next
/ 157